비대면·페이퍼리스로 15분만에 통장 뚝딱…열 지점 안 부러운 디지털점포

신한은행 '디지택트 브랜치'
카메라·스캐너로 신분 확인
스크린으로 직원-고객 연결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정면 상단 위 카메라를 응시해주세요. 신분증은 오른편 스캐너에 넣으시면 됩니다."

지난 8일 찾아간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화상상담실. 대형 스크린과 키패드가 놓인 테이블에 앉자 이 같은 안내가 흘러나왔다. 계좌 개설을 위해 '예금상담' 버튼을 눌렀더니 '직원과 연결중'이라는 문구가 떴고 이내 상담직원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사회 초년생인데, 알맞은 적금통장 추천 좀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직원이 여러 상품을 스크린에 띄워 소개했다. 우대금리를 비교 설명하느라 내장 패드에 그은 밑줄까지 화면에 나타났다. 상품 선택 뒤에는 작성해야 할 서류를 원격으로 안내했다.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카메라로 신분을 확인하고, 터치스크린에 최종 서명을 해 통장을 개설하기까지 채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곳은 신한은행이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지난달 24일 문을 연 '디지택트 브랜치'다. 디지택트는 '디지털(digital)'과 '컨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기존의 은행 업무를 화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점을 일컫는다. 예금ㆍ적금ㆍ청약통장은 개설까지, 신용ㆍ전세ㆍ주택담보 대출은 상담 업무까지 직원과의 직접접촉 및 종이작업 없이 가능하다.

디지털 점포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신한은행만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강남역점을 디지털금융점포로 리뉴얼해 비대면 외환ㆍ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서울 돈암동지점에 '디지털셀프점플러스'를 세우고 정맥등록으로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텔레머신(STM)을 설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앞당긴 언택트(비대면)의 흐름 속에 은행 영업현장은 '디지털 경쟁'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금융ㆍ통화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 송금(이체) 거래에서 대면 거래의 비중은 0.75%(총 18억6300만건 중 1400만건)에 그쳤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인터넷뱅킹을 통한 조회ㆍ이체ㆍ대출 이용 건수는 전년 하반기 대비 25.5% 증가했다.

디지털 경쟁 가열 속 점포 통·폐합 가속

이런 현상은 오프라인 점포의 통ㆍ폐합을 부추긴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은행 점포(지점ㆍ출장소)는 4564개로, 지난해 12월 말(4661개)에 비해 97개 감소했다. 2019년 중 38개가 줄어든 걸 감안하면 점포 통폐합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 한 곳을 운영하는 데 많게는 연간 20억원 넘게 들어간다"면서 "점포 축소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이 공백을 디지털화로 보완하는 것이 은행이 직면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에는 만만찮은 반작용이 뒤따른다. 직원 감축이 대표적인 사례다. NH농협은행이 지난달 30일까지 진행한 특별퇴직 접수에는 503명이 몰렸다. 지난해 356명보다 147명 늘었다. SC제일은행이 지난 2일까지 진행한 희망퇴직 접수에도 수십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주요 은행은 특별퇴직을 정례화하고 매년 12월~이듬해 1월에 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디지털화의 그늘에 들어선 은행 직원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은행 점포 폐쇄조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의 지나친 효율성과 단기적 수익을 목표로 한 무분별한 점포 폐쇄의 확산은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7월 "코로나19를 이유로 은행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우려를 나타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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