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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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세계 각국이 바다의 이름을 표기할 때 기준으로 삼는 국제수로기구(IHO)의 표준 해도집에 명칭 대신 번호(부호) 표기 방식이 도입된다. 새로운 표기 방식에 따라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온 일본의 논리가 약화될 전망이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IHO는 16일 화상으로 개최된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 협의 결과 보고'와 관련한 제2차 국제 수로기구 총회 논의를 거쳐 해도집 'S-23'의 개정판인 'S-130'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S-130'은 바다에 명칭 대신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93개 회원국 중 65개 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된 이번 IHO 총회는 18일까지 이어진다.
일본은 그간 1929년 초판이 나온 S-23을 기반으로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하고,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해왔다. 한국 정부는 1997년부터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주장해왔으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2017년 4월 열린 IHO 총회를 계기로 북한, 일본과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당사국이 지난해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IHO 사무총장이 지명 대신 '고유부호'로 바다를 표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회원국들의 합의로 도입이 결정됐다.
북한은 공개된 논의에서는 직접 발언을 하지 않았으나 그간 비공식 협의에서 IHO 사무총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총회에서 일본은 지지의사를 표명한 서면 의견 외에 추가적인 의견이 없다고 발언했고, 미국과 뉴질랜드는 지지 입장과 함께 새로운 표기법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사무총장 주도 하에 진행된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 협의 결과인 보고서상 제안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한다고 언급 하고 사무총장이 제안한 신 표준인 S-130은 디지털 형태의 해양과 바다 경계 표기를 촉진하게 돼 21세기 디지털 정보 환경에서 수요자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합하며 전 세계 지리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호환성을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했다.
IHO는 이번 총회 논의를 거쳐 최종 결과를 서면으로 회람한 이후 12월1일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의 S-23은 출판물로만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무총장 제안서에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에 나온 출판물로만 공개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면서 "앞으로 S-23은 추가로 제작되거나 하지 않는 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S-130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도입하기로 합의했을 뿐 개발 완료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S-23 표준이 새로운 S-130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정부가 그간 다자외교 무대에서 끈질기게 노력해온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IHO 총회의 결론과 별도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동해 표기 확산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2002년 전 세계 지도의 2.8%만 동해 표기를 병기했으나 올해 기준으로는 41%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현재 온라인 상 동해 표기현황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재외공관 동북아문화재단 해외문화홍보원 등과 상시 공유해 온라인상 동해 표기 확산 위한 전방위적인 시정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공공외교가 확되대고 있는 점을 활용해 전개되고 있는 점에 착안해 동해표기 확산 노력을 디지털 공공외교 사업과 적극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일본 언론이 '일본해' 호칭이 유지된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른 왜곡 보도라고 반박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IHO 총회와 관련해 '일본해' 단독 표기가 승인될 전망이라면서 S-23에 무게를 둔 보도를 내놨다. IHO 사무총장 제안이 통과될 경우 일본 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대두할 것을 염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사무총장의 제안은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해 유효한 표준이 아닌 출판물로 남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표준이 개발될 동안 출판물로만 남기 때문에 유효한 표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해'와 '죽도'로 표기된 일본 왜곡 교과서./김현민 기자 kimhyun81@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