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기만 해도 통증' 중뇌에서 해법 찾다

뇌의 병리적 오작동으로 인한 통증 기전 규명
통증 조절 영역인 PAG의 지속적 활성 현상 파악
만성 신경병성 통증과의 인과관계 확인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진통 효과를 발휘하는 우리 몸의 분자 스위치를 발견했다. 신경 손상으로 인한 신경병성 통증을 앓는 환자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정지훈 경희대학교 교수 , 김상정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뇌 작동의 변화에 의해 병적 통증이 만성화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24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신경병성 통증 중뇌 RAG의 비활성에 따라 유발

연구팀은 우리 뇌에 통증을 스스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조절하고 이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정상 감각조차 극심한 통증으로 느끼는 신경병성 통증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척수 신경 결찰 수술을 통해 신경병성 통증을 유발한 생쥐 모델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먼저 이같은 조치를 받은 생쥐의 중뇌 회색질(PAG) 등 특정 부위의 활성이 감소한 것을 파악했다. 중뇌에 위치한 수도관 주위 회색질 영역은 통증 신호를 조절하는 내재 진통 시스템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또 PAG 신경세포들을 전기생리학적으로 측정해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5(mGluR5)와 관련된 새로운 성질을 찾아냈다. 정상 상태의 쥐에서는 중뇌의 PAG에서 mGluR5가 지속적으로 활성화 되면서 신경세포 흥분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어 뇌의 통증조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이 수용체가 지속적으로 활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병적 통증상태의 생쥐모델에서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5의 활성이 PAG에서 감소해 있었다. 반면 이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면 강력한 진통효과를 발휘했다.

연구팀 측은 "PAG에 있는 mGluR5를 약물을 통해 활성화시키면 진통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PAG에서 Homer1a 가 발현되지 못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가하면 통증이 만성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경병성 통증 치료에 새로운 실마리

정지훈 경희대학교 교수(왼쪽), 김상정 서울대학교 교수(오른쪽)

또한 연구팀은 이 수용체의 지속적 활성변화에 생체 내 항상성 조절물질인 Homer1a가 관여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팀 측은 "병적 통증상태에 대한 이해를 도움으로써 신경병성 통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기법 연구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통증 외 다른 신경계 질환의 기전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신경손상으로 인한 신경병성 통증을 앓는 환자는 정상 감각조차도 극심한 통증으로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대처방법이 강구되나 소수에게서만 효과가 있고, 그조차 통증경감에 그쳐 통증의 처리 기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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