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연기자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조직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서는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까지 바뀌어야 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2018년 9월 현대차그룹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운전대를 넘겨받은 그는 패러다임의 전환, 게임 체인저 등 변화와 혁신을 내포하는 키워드를 자주 언급하며 끊임없는 변화를 주문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오는 14일 그룹을 총괄한 지 2년을 맞는다. '정의선 체제'가 뿌리내린 이후 현대차그룹은 2년간 유례없이 빠른 변화의 과정을 경험했다. 조직 문화와 관련된 내부 분위기 전환은 물론 사업의 방향성과 비전 등 대외적 변화가 더욱 눈에 띈다.
그가 취임 직전 '인도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밝힌 그룹의 장기 비전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이었다. 전통 제조업의 대명사이자 국가 수출 기간 산업을 맡았던 현대차그룹이 이제는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기와 맞물린 정 수석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이후 그는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을 위한 과제들을 하나씩 수행해나갔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경제, 전동화로 정의하고 올해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은 개인용비행체(PAV)-모빌리티환승거점(Hub)-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잇는 미래도시로 구현된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PAV를 타고 교통 체증 없는 이동을 한 이후, 이착륙장(HuB)에 내려 왕복 운행하는 PBV를 타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개념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리는 현대차차그룹의 미래는 자동차 50%, PAV 30%, 로보틱스 20%다. 그는 이에 맞춰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문가 신재원 부사장을 영입하고 UAM사업부를 신설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항공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우버(Uber)와 전략적 제휴를 단행하고 PAV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율주행과 차량공유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솔루션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을 추진했다. 독일, 미국, 이스라엘, 베이징 등 스타트업이 활발한 주요 도시에 오픈이노베이션 거점 '크래들'을 설립하고 글로벌 유수 스타트업 투자를 단행했다. 또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공동 투자를 통해 합작회사인 모셔널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수소에너지와 전동화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전략이다. 취임 3개월 차에 접어들던 2018년 12월 정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수소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FCEV 2030'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간 50만대 수소전기차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도 70만대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 수소연료전지시장은 550만~650만개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일본 도요타는 물론 미국 니콜라, 중국 시노펙, 사우디 아람코까지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이 수소 관련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에너지 사업에서 선두 그룹으로 평가되며 정 수석부회장의 글로벌 리더십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에너지뿐 아니라 전기차 판매 확대를 통한 전동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공급 순위 글로벌 4위에 올랐으며, 정 수석부회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글로벌 점유율 10%라는 공격적 목표를 지시했다.
정 부회장 체제에서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복장 자율화를 시작으로 보수적이고 딱딱한 기업 문화를 타파하고 효율 중심의 유연한 문화가 정착됐다.
이제 임기 3년 차에 접어드는 정 수석부회장의 당면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수익성 확보와 동시에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까지 마무리하는 일이다. 그는 2018년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발로 철회했으며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투기자본 엘리엇의 공격을 막아낸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 제조 기업의 대명사이던 현대차그룹이 이토록 빠르게 변화했다는 점이에서 재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라며 "지난 2년은 변화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수익성 개선부터 지배구조 개편까지 해결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