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文정부 배신감'…'선별지급' 때린 이재명, 무엇을 얻었나

이재명, 2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주장
'선별 지급' 택한 이낙연 대표와 '정책 차별성' 부각 해석도
"文정부 향한 원망·배신감 불길처럼 퍼져" 쓴소리
전 국민 지급 결론 나자…"충정이었다. 갈라치기 악용 말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 '국가' , '공동체', '배신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2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이 사실상 무산하자 토로한 글 내용 일부다. 격정에 가까운 이 글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차기 대권과 관련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또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난을 어떻게 선별하냐'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이 지사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지사는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르겠다"라며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소신은) 충정이자 관료로서의 의무였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안내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재명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 너무 두렵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말하며 "적폐세력과 악성 보수언론이 장막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권토중래(捲土重來·어떤 일에 실패한 뒤 다시 힘을 쌓아 일에 재차 착수하는 일)를 노리는 것도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백성은 가난에 분노하기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400년 전 중국의 맹자도, 250년 전 조선왕조시대에 다산도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고 가르쳤다"면서 "하물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고 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선별 지원하게 되더라도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한 엄밀한 심사로 불만과 갈등, 연대성의 훼손이 최소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또 이 지사는 "젊은 남편이 너무 살기 힘들어 아내와 함께 결혼반지를 팔고 돌아와,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고 밤새 하염없이 우는 아내의 어깨를 싸안고 같이 울었다는 글을 봤다"며 "그러나 이 젊은 부부와 같이 갑자기 사정이 나빠진 사람은 이번 지원의 대상이 못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젊은 부부에게 지금은 하나마나한 얘기겠지만 '그래도 내일은 해가 다시 뜬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며 "저도 잠이 안 온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 지사는 지난 5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부터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지난 5월 서울 명동거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등으로 인해 인파가 끊겨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가난을 어떻게 나눌 수 있나" vs "취약계층 먼저 도움" 시민들 엇갈린 의견

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이 지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경기 평택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이 지사 의견에 공감한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기준을 어떻게 나눌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만일 재난지원급 기준 당시 자격이 안 되어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가, 상황이 바뀌면 그때는 받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30대 회사원 박 모 씨는 "선별해 지급하다 보면 결국 받지 못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일종이 박탈감도 생길 수 있다"면서 "재난지원금 이름 그대로 재난 앞에 선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취약 계층 우선 재난지원금을 선별하는 것이 맞는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힌 30대 직장인 A 씨는 "재난지원금이 조금 더 필요한 계층도 있다"면서 "공정성 논란도 있지만, 그들에게 조금 더 지원금을 전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좌) 이낙연 민주당 대표(우)

◆ 재난지원금 전 국민 주장하며 홍 부총리 지적…'선별 지급' 이낙연 대표 비판 가능성도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소신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부총리에게 드리는 5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부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확대 필요성, △선진국의 재정지출 확대, △국민 모두가 경제정책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점, △선별 지급 또는 보편 지급 모두 총액을 같게 할 수 있다는 점, △시한부 지역화폐를 통해 소상공인 매출 지원을 하는 게 경제 회복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 주장을 종합하면 선별 지원보다는 보편 지원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이 지사는 게시글 말미에 "모든 것을 안다는 전문가의 오만이나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국민의 뜻이라면 따르는 것이 민주공화국 대리인의 의무라고 믿는다"라며 홍 부총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지사 글만 놓고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견해 차이로 보이지만, 선별 지급으로 가닥을 잡은 이 대표에게도 해당 주장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일종의 우회적 주장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이 지사는 2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이 대표와 선별이냐 전 국민 지급이냐 등 대비되는 효과를 얻었다. 향후 대선 국면에서 경제·복지 정책을 놓고 이 대표와 분명히 차별화하는 이른바 '이재명 복지 정책'을 주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변함없는 저의 충정" 文 정부·민주당 성공 기원

한편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법을 두고 정부, 당과 이견을 보인 이 지사는 선별 지급으로 결론 난 당론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일단 복지 정책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결국 당론을 따라 당 내부 갈등에서는 비껴가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금 전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자리에서 정세균 총리가 '고용취약계층·소상공인·저소득층 등 피해가 크게 발생한 계층을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셨다"라며 "저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금까지 많은 논의들이 있었습니다만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국가 지원책이 국민들께 신속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집행을 지휘해 나갈 것"이라며 "보수 언론은 더 이상 저의 견해를 '얄팍한 갈라치기'에 악용하지 말라"고 했다.

또 "저의 충정과 의무를 왜곡하지 말아달라"라며 "지금 언론은 정쟁이 아니라 고단한 국민들의 삶을 대변해야 할 때다. 부디 국민 모두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이 도출되기를 간곡히 희망하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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