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지난해 1월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 목사가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급속히 재확산하면서 확진 고리 역할을 한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64) 담임목사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전광훈 목사는 코로나19 집단 감염 원인에 대해 "외부 바이러스 테러에 의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극우 개신교계 인사로 분류돼온 전광훈 목사가 대중에 크게 각인된 계기는 소위 '막말'이었다.
언론 보도와 개신교 등에 따르면 1956년 경북 의성 출신인 전 씨는 1980년대 초중반 목회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사 시절인 1983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소규모 개척교회인 사랑제일교회를 세웠다. 이후 10여 년만인 1995년 서울 성북구 장위동으로 이사해 자리를 잡았다.
전 씨는 201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한 교단의 총회장이 되면서 다른 교단과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내분으로 이어졌고 그는 이로 인해 2019년 해당 교단에서 제명됐다. 전 씨 측은 자신을 제명한 교단의 허위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2018년 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됐다. 전 씨는 이후 한기총 이름을 내걸고 각종 정치 행사를 열어 교계 일각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해 1월 회장 연임에 성공했으나 다음 달인 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50여 일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그런 그가 언론 등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거리집회에 나서면서부터다. 이후 정치권 등 선거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기독자유민주당 창당을 주도했다.
4년 뒤 2016년 총선에서는 기독자유당이라는 이름으로 2.63%의 득표율을 받았다. 올해 21대 총선에서는 첫 비례대표 탄생을 바랐으나 실패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앞으로 10년 대한민국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나는 하나님 보좌(寶座)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말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계에서 신성모독, 이단 논란이 불거졌다.
전광훈 목사의 재수감을 촉구하는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런 가운데 전 목사를 재구속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국민 민폐 전광훈 목사의 재수감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17일 오전 7시 기준 17만8,915명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전 목사는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난 후 수천 명이 모이는 각종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면서 회비와 헌금을 걷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애쓴 방역당국의 노력마저 헛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건소 선별진료소가 붐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현재 코로나19 확산세는 가파른 상황이다. 정부는 16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해 총 279명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일에 대해 "코로나19 대규모 유행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 제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현재 대규모 재유행 초기 단계라는 점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며 "추가적인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사랑제일교회의 경우는 교회와 교인들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요청되는 상황"이라며 교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필수적인 방역조치에 불응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 모두의 안전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인 만큼 고발 등 법에 따른 엄정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감염 전파가 급속도로 번져 현재까지 관련 확진자 수는 지난 15일 조사된 59명에서 190명이 추가 확진되어 총 249명으로 늘었다.
한편 서울시는 전날(16일) 오후 사랑제일교회 전 목사를 고발했다. 광복절 집회에 참석해 코로나19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교회 신도들의 진단검사를 방해하고 지연시켰다는 이유다. 검찰은 보석조건 위반을 이유로 전 목사의 보석취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열어 "전 목사는 책임 있는 방역 주체이자 자가격리 대상자임에도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신도들의 진단검사를 고의로 지연시킨 바 있다"며 "공동체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명백한 범법행위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물어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