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국가정보원이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국내 정치 참여가 엄격히 제한된다. <br />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30일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권력기관 개혁 후속 과제 논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br /> 사진은 국정원 청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정청의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원천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정원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하는 것에는 국정원의 활동무대를 '대외정보'에 국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국정원 개혁 방안은 명칭 변경과 함께 대공 수사권 삭제, 국회 등 외부 통제 강화, 직원의 정치 관여 등 불법행위 시 형사처벌 강화 등으로 짜였다. '정치적 중립'을 기관의 운영 원칙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법률이 정하는 목적 외 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철저히 금지하려는 의도다.
국내 정보담당관(IO) 폐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될 방침이다. 현재 국정원은 IO를 자체적으로 폐지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최고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언제든지 부활할 여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정원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해 원천적으로 정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못을 박기로 한 것이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 27일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원천 차단을 거듭 약속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날 당정청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원 개혁의 골자는 국내 정치 개입 차단, 대공 수사권 이관과 국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과감한 행동으로 국내 정치 개입 차단을 실천하고 있지만 이런 개혁이 불가역적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국정원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공 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 기능 등은 경찰로 이관된다. 박 원장은 청문회에서 대공 수사권에 대해 "국정원이 정보를 수집해 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꼭 넘기겠다고 청와대와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 및 내부 통제를 위해 대외안보정보원에 '집행통제심의위원회'를 신설하며 기관에 대한 내부적 통제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와 감사원 등을 통한 외부적 통제도 강화할 예정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 참석, 회의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비대하고 집중된 권력을 남용하며 불ㆍ탈법과 정치적 일탈 행위를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행법상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위한 해외 및 대북 정보뿐만 아니라 국내 보안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다. 국정원법 제3조 제1항은 국내 보안 정보를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대한 정보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자국민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국내 정치에 관여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되면서 심각한 정치적 부작용을 낳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과 댓글부대를 이용한 여론 조작 관여,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국정원은 과거 정치적 상황과 조직에 요구되는 역할에 따라 여러 번 명칭이 바뀌었다. 1980년까지는 '중앙정보부', 1981∼1998년에는 '국가안전기획부'였으며 1999년부터 현재까지는 '국가정보원'으로 불려왔다.
한편 국정원 개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발표한 국정원법 개정안에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해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지지부진하다가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것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