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7일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4·8 남북 합의서에서 당시 남측 특사였던 자신이 북한에 5억 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에 서명했다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전임 국정원장들의 구속 사례가 지적되자 "저는 그렇게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통합당 주호영 의원이 당시 합의서를 증거자료로 제시하며 박 후보자의 대북송금 관여 의혹을 제기하자 "문건 어디에 5억 달러가 들어가 있느냐"며 "기억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정부 당시의 대북송금과 관련한 연관성도 부인했다. 박 후보자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에 송금된) 5억 달러에서 정부 돈은 1달러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실형을 산 그는 "현대가 북한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계좌를 활용했다는 것으로 저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저는 지금도, 당시도 어떤 계좌를 통해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최종 판결에 순종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신중한 표정으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울러 박 후보자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국정원의 개입 관련 사실이 있으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불행한 역사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국정원 개입이 있었다든지, 자료가 있다고 하면 꼭 공개한다고 약속드리겠다"고 밝혔다.
1974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반환 결정을 내린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잘못된 판결"이라며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배상이 진정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이 최근 월북한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분(탈북민)이 성폭력 혐의 후 집을 정리하고 달러를 바꾸는 등 여러 정황을 경찰서에서 파악하지 못한 것에 정부의 잘못이 있다"면서 "(월북을) 파악하는 데 며칠 걸렸지만 현재까지도 완전히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각성해 국민의 염려를 덜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에 대해서는 "제 개인사는 내곡동 뜰에 묻고 오직 대한민국이 가야 할 앞길만 보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의혹, 군 복무 중 대학을 다닌 것과 관련한 특혜 의혹, 불법 정치자금 의혹, 대북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미래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 편입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을 허위로 제출한 뒤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2000년 뒤늦게 광주교대 출신으로 고쳤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저는 조선대를 다니지 않고, 광주교대 2년 후 단국대에 편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적 정리는 대학이 책임질 일이지 제가 학적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그런 문제가 있으면 대학에 가서 요구하라"고 말했다.
학력과 관련한 자료 제출 요구에는 "제 개인신상정보와 국정원이라는 특수정보기관의 특성을 반영해달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치인 박지원은 지우고 엄격한 국가 공무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약속드린다"며 "정보위원들 말씀을 국민 목소리로 깊이 새기며 저를 다시 한번 가다듬고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받는 기관으로 일신 또 일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울러 박 후보자는 국정원 개혁에 적극 매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국정원이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정치의 정(政)자도 안꺼내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와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 "서훈 전 원장이 시행해온 국내정보수집 폐지 등의 국정원 개혁 조치가 되돌려지지 않도록, 법과 제도에 의한 국정원 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지혜와 경험을 쏟아부어 마지막 소임이자 열망인 굳걷한 안보와 평화의 길을 놓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사이버안전, 대테러, 첨단기술 유출 등 다각화된 안보환경에 빈틈없이 대처하는 한편 식량·보건·안보 등 새 안보위협에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