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입고 안 먹고 안 본다' 'NO재팬' 1년, 불매운동 강요 갈등도

日 제품 불매운동 1년…국민 76% "日 제품 불매운동 계속할 것"
일각에선 '선택적 불매운동' 추구…"'동물의 숲' 없어서 못 산다"
전문가 "소비자, 필요에 따라 일본 제품 사기도…원색적 비난은 자제해야"

유니클로 매장.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맥주, 자동차, 의류 등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자리를 잡고, 또 그 효과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불매운동 강요에 의한 갈등도 적지 않았다. 유니클로 매장을 출입하는 사람들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하는 소위 '유니클로 파파라치'도 등장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닌텐도의 콘솔 게임인 '동물의 숲'을 두고 불매운동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는 일본 제품을 구매한 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제언했다.

불매운동 열기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뜨겁다. 여론조사 연구소 데이터리서치가 지난달 2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9%가 '앞으로도 불매운동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0.2%가 불매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로 유니클로를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 중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97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액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히트텍 무료 증정 행사'를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한때 주춤하기도 했다. 당시 이른바 '공짜 내복'을 얻기 위해 시민들은 유니클로 앞에서 줄을 서며 기다렸다. 서울, 수도권 등 일부 매장에서는 하루 준비 물량이 모두 동날 만큼 고객이 몰렸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니클로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의 사진을 올리며 "불매운동 벌써 끝났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 테크노마트 앞에서 한 시민이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숲 에디션 구매 응모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에는 '동물의 숲'을 놓고도 갈등이 이어졌다. 일본 게임사 닌텐도가 지난 3월 출시한 '동물의 숲'은 동물 이웃들이 있는 섬으로 이주해 집을 가꾸며 살아가는 내용의 게임이다.

해당 게임은 '힐링 게임'으로 주목받으면서 전국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은 물론, 이를 구하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이 매장에 줄을 서며 구매 대란이 일어났다.

국내 품절사태는 일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JB프레스 등 현지 매체는 "한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닌텐도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기사 댓글과 SNS 등을 통해 "'노 재팬'이라더니 그건 어디 갔나", "'NO JAPAN' 하루도 성공 못 해" 등 반응을 보이며 조롱을 이어갔다.

사진=아시아경제DB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작년부터 이어져 온 일본 불매운동이 사실상 무색해졌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A(27)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다들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적이었다. 일본 제품을 쓰거나 여행을 가면 다들 비판했는데, 요즘은 좀 시들해진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유니클로에 가는 이들도 예전보다 많이 보이고, 동물의 숲만 봐도 없어서 못 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일 년밖에 안 됐는데, 많이 해이해진 것 같아서 아쉽다. 게임이 없다고 생활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불매운동을 두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불매운동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향해 과도한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숲'을 구매했다고 밝힌 또 다른 직장인 B(28)씨는 "맥주나 옷은 대체재가 있는데, '동물의 숲'은 대체할만한 게 마땅치 않다. 일본 제품 사용하는 게 죄는 아니지 않나"라며 "불매도 구매도 자유인데 사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는 불매운동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의 동력 자체가 작년에 비해 잦아든 상태"라며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품목으로 ▲유니클로 ▲자동차 ▲맥주를 꼽을 수 있다. 불매운동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일본 제품을 사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동물을 숲'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 사례가 대표적인 예"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 제품을 샀다고 해서 타인을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타인의 구매행위에 대해 설득은 할 수 있어도 침해는 할 수 없다.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선 원색적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