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오전 대구 중구선관위에 마련된 남산2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준연비제)가 새롭게 도입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비례대표 정당 투표용지 순번 변화에 유권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사전투표를 진행했던 지난 10~11일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정당 투표용지를 받고 당황스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투표용지가 기호 3번부터 시작돼 헷갈린다는 이들이 많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표 현장에서 사전에 제대로 된 고지가 없어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는 역대 최고치인 26.69%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오전 6시에 시작해 11일 오후 6시 마감된 사전투표에 총 4399만4247명의 선거인 중 1174만2677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21대 총선에서는 준연비제를 새롭게 도입한 가운데 군소정당에서도 비례대표 당선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역대 최다(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이로 인해 이번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길이만 48.1cm에 달한다. 또한, 투표지 길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표란의 세로 폭은 1cm 기표란 사이 여백도 0.2cm로 좁아졌다.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의 한 인쇄업소에서 인쇄된 4ㆍ15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48.1cm의 길이를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투표 관련 사전 설명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일부 투표권자들은 "가뜩이나 정당도 많은데 1, 2번 없이 3번부터 시작해 너무 헷갈린다", "아예 3번이 있는 줄도 몰랐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힌 직장인 A(29) 씨는 "주변 사람들이 '정당 투표용지가 3번부터 시작인 것을 알고 있었냐'라고 물어서 알았다"라면서 "3번이 시작인 줄도 몰랐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심지어 이번 투표지는 역대 최장 길이라고 들었다. 혹시라도 잘못 찍었을까 걱정된다"라고 덧붙였다.
50대 유권자 B 씨는 "투표용지를 받고 보니 3번부터 있어 너무 헷갈렸다. 확인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나"라며 "그냥 번호로만 외우는 사람도 많은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비례대표 투표지 내 정당명이 기호 3번부터 시작하면서 투표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호 2번인 미래통합당 모두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추진하면서 자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일정 간격을 띄운 줄서기 안내선을 만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사전투표에 이어 본 투표 역시 투표 참여 의향을 밝힌 유권자가 10명 중 9명 이상으로 조사돼 오는 15일 선거 당일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가 12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이번 선거에 투표하겠다고 밝힌 유권자는 94.1%로 집계됐다.
투표 의향자(1,411명) 중 62.3%는 15일 본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사전 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투표를 했다는 시민 C 씨는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사전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탓도 있다"라며 "투표소에서 정당 투표지는 3번부터 시작한다고 알려 줘야 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서울시 한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선거 안내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발열 체크, 손소독제·일회용 비닐장갑 배부 등 업무가 많아 일손이 부족하다"며 "특별히 선거와 관련해 유권자들한테 안내하라는 지침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기호 3번으로 시작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특별하게 도입된 제도는 아니다. 이를 유권자에게 안내하는 것도 공정성 시비 등 여러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투표 용지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유권자들이 불편함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번 선거에서 제도 보완을 통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