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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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한 초등학생이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지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았다. 이 학생에게 내려진 건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이었다.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벌이긴 하나 친구를 계획적으로 살해하는 등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위가 낮은 처분이다. 이런 탓에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을 사회가 보듬어야 할 대상으로 봐야할지, 다른 성인 범죄자들과 같은 처벌을 내려야 하는 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형법 9조는 만 14세를 기준으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범죄소년(만 14세 이상~만19세 미만)과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촉법소년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따라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만 받는다.
하지만 최근 촉법소년들의 강력 범죄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7364명으로 3년 전인 2015년(6441명) 대비 12.4%나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7006명, 매일 19명이 송치된 셈이다. 범죄유형별로는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강력범죄가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인 범죄와 비교해 결코 가벼운 수준의 범죄가 아님에도 번번이 법망을 피해간다는 이유에서다. 여론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 폐지 혹은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지속 올라오고 있고,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도 4건이다.
여론을 반영해 정부 차원에서도 형법 및 소년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는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선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2018년 교육부와 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소년비행 예방 기본계획(2019~2023)'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소년법 관련 개정안만 30건에 달한다.
다만 처벌연령 하향이 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소년범 가운데 촉법소년 비율은 1% 아래로 매우 낮고,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다수가 한부모 가정이나 가출 소년 등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하향하지 말 것을 당사국에 촉구할 뿐만 아니라, 더 올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소년범을 엄벌하는 게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소년범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재범률, 특히나 단기간 재범률의 증가로, 소년범죄 예방정책은 청소년이 재비행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이는 쪽으로 종합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