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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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리트(예술가곡) 거장으로 불린 독일의 세계적 테너 페터 슈라이어(사진)가 25일(현지시간)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dpa통신 등 현지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향년 84세. 슈라이어는 심장질환과 당뇨 등의 질환을 앓았다.
슈라이어는 옛 동독 마이센 태생으로 여덟 살에 드레스덴의 명문 성 십자가 합창단에 들어가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아홉 살 때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세 어린이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1959년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의 죄수 역으로 오페라 데뷔를 한 뒤 1961년에는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 극장 단원이 됐다. 1963년에는 옛 동독 최고 명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동독에서 명망을 떨치던 그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 1967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서다. 당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로 한 불세출의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대타'로 무대에 선 그는 슈베르트와 슈만의 낭만 가곡을 불러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 등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 무대에 섰으며 바이로이트, 잘츠부르크 등 최고 수준의 페스티벌에 꾸준하게 초청을 받았다.
바로크 음악에도 능해 '마태 수난곡' 등 바흐의 작품에 탁월한 해석을 보였으며 모차르트의 작품도 능숙하게 다뤘다.
특히 독일 리트계의 맥을 잇는 테너로 커다란 명성을 얻었다.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 등 슈베르트 3대 가곡집은 그의 대표 레퍼토리였다. 바리톤 가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하는 '겨울 나그네'는 그에 의해 테너를 위한 작품으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지휘자로서도 활약해 뉴욕 필하모닉,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슈라이어는 70세였던 2005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연주를 끝으로 은퇴했다. 1993년과 2003년, 2005년에 한국을 찾아, 슈베르트의 가곡 등을 부르며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