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장관회의에 후쿠시마産 꽃 올려놓은 일본

고이즈미, 조명래 장관과 첫 회담
한·중·일 장관회의서 '무해' 주장
"후쿠시마 방문 원한다면 직접 안내"
오염수 처리 방안에는 모호한 입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후쿠시마에 방문하길 원하신다면 그땐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겠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성 장관이 24일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린 제21차 한ㆍ중ㆍ일 환경장관회의에서 한 공개 발언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대응에 주력한 한국 정부와 달리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복구 상황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우려를 공론화하는 데 있어 일본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38세의 나이로 지난 9월 환경상에 오른 정치 신인 고이즈미 장관은 이날 "복구를 위해 꾸준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농업 산출액은 지진 전의 90%까지 회복했고, 후쿠시마 쌀은 2015년산 이후부터 방사능 기준을 초과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도표를 띄우고 "후쿠시마의 방사성 물질양이 다른 국가 수준에 이른다는 사실을 이 한 장의 도표로 알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내년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성화 봉송과 야구 경기 등이 후쿠시마에서 열린다고 홍보하는가 하면, 후쿠시마에서 재배된 꽃을 3국 장관이 앉은 테이블 장식용으로 사용하며 국제사회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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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장관이 후쿠시마 사태를 대하는 태도는 전날 열린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도 드러났다. 조 장관은 오염수 처리방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전달하고, 오염수 관리ㆍ처리 현황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조 장관에게 1회용품 규제 노하우를 물으며 호의적 태도를 보이던 고이즈미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이야기가 나오자 일순간 표정이 싸늘해졌다. 프리토킹(free talking)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던 그는 오염수 문제로 주제가 넘어가자 미리 준비한 원고를 보면서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고 한다.

결국 그는 "방사능 오염수 처리 방안에 대해선 결정된 바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또한 회담 내내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는 용어를 쓰는가 하면 "음용 기준에도 맞을 정도로 수질이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관의 첫 회담 자리에서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놓고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조 장관은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처리수라고 하더라도 오염 가능성은 있는 것"이라며 "바다에 버릴지, 땅에 묻을지 걱정할 정도인 만큼 표현에 어폐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능 문제는 엄중한 과학의 영역이면서도, 그만큼 불확실성이 큰 영역"이라며 "과학적 절차를 통해 나온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자는 의견을 일본에 분명하게 전했다"고 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둘째 아들이다. '일본 차기 총리 1순위'로 떠오를 정도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 대응 능력은 그의 리더십을 평가할 중요한 시험대다. 지난 9월 취임한 후 처음으로 참석한 이번 한ㆍ중ㆍ일 환경장관회의는 동북아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무대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가능성이 불거지자 일본은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복구 상황에 대해 재외공관장들을 상대로 104차례나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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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기타큐슈(일본)=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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