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짜맞은 제록스, HP 적대적 인수 추진…'이사회에 통보'

HP "지명 시한 맞춰 인수 재고하라"

실사 동의 안하면 주주에 직접 제안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휴렛패커드(HP)를 인수하려다 퇴짜맞은 제록스가 주식 대량 매집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록스는 이날 HP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지명 기한에 맞춰 인수 제안을 재고하라'고 통지했다.

존 비젠틴 제록스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서한을 통해 "제안한 HP 인수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며 "우호적인 합병을 지지하기 위한 자산 실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HP 주주들에게 직접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비젠틴 CEO는 지명 시한을 오는 25일 오후 5시로 못 박았다.

HP가 지명 시한까지 인수 제안에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일반주주 대상 주식 매집을 통해 적대적 M&A에 나서겠다는 최후통첩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풀이했다.

앞서 제록스는 주당 22달러, 인수총액 335억달러(약 38조원)에 제록스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이 제안에 HP 이사회는 "HP의 가치를 크게 과소평가하고 주주에게 최대 이익이 되지 못한다"며 만장일치로 거절했다.

제록스는 HP의 재무 고문인 골드만삭스의 제록스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 자료를 인용해 이 같은 인수 제안이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라고 반박했다.

비젠틴 CEO는 "지난 10월에 HP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 골드만삭스는 HP의 목표주가를 14달러로 내리고 '매도' 의견을 내놨다"고 밝혔다.

인수가액 주당 22달러는 목표주가 대비 57%의 프리미엄을 준 것이고, 거래량을 가중한 HP 주식의 30거래일 평균 매매가 17달러에 29%의 프리미엄을 얹은 액수라고 설명했다.

마크 캐시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이번 제록스의 제안으로 HP는 더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거나 또는 반대로 제록스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코네티컷 노워크에 본사를 둔 제록스는 대형 프린터·복사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연매출 100억달러의 대부분을 기업고객을 통해 올리고 있어 매출 기반이 안정적이다. HP는 PC 및 프린터 제조회사로 시가총액 기준 몸집이 제록스의 3배, 연매출 기준 5~6배 수준인 580억달러(2018 회계연도 기준)에 달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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