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새벽 네 시/이시영

완전무장한 환경미화원 노동자가 청소차 꽁무니에 매달려 겨울 속을 씽씽 달린다

세상에 장엄한 것이 있다면 바로 저것이다

■ 짧지만 빈틈이 없는 시다. 대체 이 시에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쓸 말만 썼다는 건 우선 쓸데없는 숱한 말들을 버렸다는 뜻이다. 그리고 쓰고 싶은 말들 또한 버렸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허욕을 버렸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나아가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대상에 투철하고자 분투했다는 뜻이다. 이 시가 장엄할 수 있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애오라지 "새벽 네 시" "청소차 꽁무니에 매달려 겨울 속을 씽씽 달"리는 "완전무장한 환경미화원 노동자"에 대한 경의만이 시라는 사실을 이 시는 가르쳐 준다. 다른 것은 정말이지 필요 없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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