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추석과일 공급 과잉… 대형 유통업체 나서야

예년보다 추석이 일찍 다가왔다. 추석이면 교통체증과 양손 가득 준비한 선물 상자 등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그 선물 상자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한우, 과일 등 우리에게 익숙한 먹을거리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추석은 과일이나 육류 등 농축산물의 성수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수기는 어떤 모습을 띠는가?

대표적 서비스업의 하나인 호텔산업의 숙박료는 통상 price라고 부르기보다는 rate라고 한다. 호텔의 숙박료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텔의 가장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이브께에 호텔은 평소보다 예약도 어렵고 숙박료도 비싸다.

또 다른 서비스업인 항공산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행기표 가격 역시 시기에 따라 변한다. 항공산업의 성수기라 불리는, 많은 직장인이 휴가를 떠나는 7월 말, 8월 초에 비행기표 가격은 일반적으로 가장 비싸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수기는 왜 존재하는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수요'가 몰리는 것에 비교해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호텔산업, 항공산업은 서비스업인데, 서비스업의 경우 재고가 발생하는 즉시 소멸한다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오늘 판매되지 못하고 공석으로 출발한 뉴욕 JFK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의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이나, 오늘 숙박객이 없어 공실로 하루를 보낸 호텔의 객실 모두 그걸로 끝이다. 더는 판매될 여지가 존재하지 않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서비스업의 가격 변동과 비교하면 제조업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성수기가 있을 법한 제조업을 생각해보면 미세먼지가 심한 봄에는 마스크, 공기청정기의 수요가 늘어나고,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여름에는 에어컨의 수요가 증가하며, 특히 장마 기간에는 제습기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은 수요 예측과 재고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판매를 이룰 수 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수요 공급 이론의 가장 큰 차이는 이처럼 '재고'에 있다.

다시 과일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과일은 재고를 가져갈 수 있는가? 물론 앞서 언급한 호텔 객실이나 항공권처럼 하루 만에 사라져버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공기청정기나 마스크처럼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여기에 농수산업 수요 공급 이론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과수 농가에서는 추석을 대비해 출하량을 늘린다. 하지만 과일이라는 것은 호텔 객실처럼 만들어놓으면 매일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처럼 공장의 기계에서 일정한 속도로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씨알이 굵고 벌레가 먹지 않은 좋은 품질의 과일만이 선물 세트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성수기에 더 높은 품질을 요구받는다.

그렇다면 당연히 엄선되고 관리돼 추석에 판매가 가능한 과일은 수요 공급 이론에 따라 높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처럼 추석이 이른 경우는 어떤가? 명절에 채 팔리지 못한 좋은 품질의 과일과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속칭 못난이 과일, 더불어 추석 이후 출하될 물량까지 거대한 양의 공급이 늘 예상돼왔고 이는 대부분 현실이 됐다. 이때 대형 유통업체는 과수 농가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 앞선 칼럼에서 언급한 공급사슬의 가장 앞에 있는 과수 농가가 무너지는 것은 대형 유통업체로서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업보다는 길고 제조업보다는 짧은 농수산업의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추석 전인 지금부터 대형 유통업체와 과수 농가가 함께 추석 이후 대책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다.

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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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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