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 대부분 전기 안전설비 미흡…홀몸노인들 화재 위험에 노출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 20년 이상 낡은 주택 전기설비에 관한 안전기준이 미흡해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소비자원은 수도권 내 홀몸노인이 사는 노후주택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전기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조사 대상 노후주택 30곳 중 18곳은 백열등이나 전열 기구로 인한 화재에 취약한 비닐 배선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택 분기개폐기(두꺼비집)에 누전차단기가 설치 안 된 주택도 18곳이었다. 23곳은 분기개폐기 용량이 20A(암페어)를 초과하는 등 화재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2017년 단독주택에서 난 전기화재 927건 중 576건이 20년 이상 노후주택에서 발생했다.

집에서 쓰는 대형 가전제품들도 화재위험을 높였다. 조상 대상 주택에서 쓰는 주요 대형가전(TV, 세탁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 62개 제품 중 38개가 내용연수를 이미 초과했다. 세탁기 14대 중 7대느 급수 호스·수도꼭지 연결 부위에서 누수가 있었다. 17대 냉장고 중 방열판에 먼지가 쌓인 제품이 7대였고 김치냉장고 설치 간격도 3대에 1대꼴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20년 이상 낡은 주택의 전기설비는 최근 개정으로 강화된 전기설비 안전 기준을 소급해 적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 '주택수선유지 급여지원 서비스'와 연계한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령자의 경우 제품의 리콜 정보에 관해 접근성이 낮고 판단력과 주의력이 저하됨으로 부주의·오사용 등 안전사고 발생 빈도가 더욱더 높아 안전한 관리·사용법에 관한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미국·캐나다 등은 주택 내 분기회로에 아크 차단기(AFCI) 설치를 의무화한 이후 전기화재 건수가 급감했다. 국내에도 향후 신규주택 건축 허가 시 아크 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전기화재 사고 예방 방안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크 차단기란 회로에 전기 불꽃(스파크, 아크) 발생 시 전류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장치다. 현재 국내 단독주택에 설치된 누전·배선용 차단기 등은 전기 불꽃 차단기능이 없다.

한국소비자원은 금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취약계층 노후주택 전기설비 시설개선 지원방안 마련 ▲홀몸노인 가전제품 안전관리 매뉴얼 마련·제공 ▲향후 신규주택에 대해서는 전기화재 사고 사전예방을 위해 아크 차단기 등의 설치 의무화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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