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기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개인 간 거래(P2P) 금융 유관단체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눈앞에 다가왔던 P2P 금융 법제화가 국회 정무위원회의 파행으로 5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어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한국P2P금융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는 최근 ‘P2P 금융 제정법 논의를 위해 국회 정무위의 조속한 개회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국내 핀테크 서비스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제도 정비는 수 년 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 정무위의 조속한 개회를 요청했다.
이들은 “국회 논의가 더 지체된다면 국내 핀테크 산업은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스타트업의 금융혁신 동력 또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P2P 금융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준 대가로 수익을 받는 형태의 사업 모델이다. 대출자가 내는 연 10% 내외의 중금리 이자가 곧 투자자의 수익이다. P2P 업체는 대출자와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간편송금·간편결제 등과 함께 대표적인 핀테크로 꼽힌다.
이들은 “P2P 금융 제정법을 빠르게 심의해야 한다”면서 P2P 금융이 선진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산업임을 강조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P2P 금융은 2005년 영국 업체 ‘조파(Zopa)’를 시작으로 현재 금융 선진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서비스다. P2P 금융의 시장규모는 현재 미국에서만 6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의 제도는 P2P 금융 서비스에 대한 개념조차 인식하는 체계가 없어서 전통적인 금융규제의 관점으로 관련 스타트업을 옭아매고 있다”며 “P2P 금융 서비스를 정의하는 법률이 2년 전에 가까스로 발의됐지만 2019년 현재까지도 국회 상임위원회에 잠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대출중개업법,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등 5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올 초 금융위원회는 기존 안을 토대로 한 새로운 법안을 정무위가 발의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업계는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연내 법 시행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국회 파행을 맞았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실정이다. 이들은 “우리는 핀테크 시대로의 도약은 고사하고 출발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금융 선진국과 단순 비교해봐도 10여 년 이상 뒤처져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 세계적 경쟁, 사회적 후생을 고려할 때 우려를 넘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제 우리는 금융을 국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시민 친화적 서비스의 관점으로 사고해야 한다”며 “금융의 새로운 가능성을 위축시키는 경직적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혁신적 핀테크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5개월 여의 공전 끝에 여야가 정무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이르면 다음 주 중 정무위가 개최돼 급한 법안에 대한 처리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P2P 금융을 비롯해 핀테크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핀테크, 특히 P2P 금융에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P2P 금융 법제화의 속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