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24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민갑룡 경찰청장은 임기 전반기 민생치안 안정과 과거사 반성 등 '인권경찰'로의 변화에 주력했다면 후반기에는 수사권조정과 경찰개혁 등 과제와 조직 내 유착비리 논란 해소를 통한 국민신뢰 회복에 힘써야 한다.
'민갑룡호' 경찰은 그간 공동체 치안ㆍ여성대상범죄 근절ㆍ수사권조정 실현 등 민주ㆍ인권ㆍ민생을 모토로 치안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일명 '버닝썬 사태'로 촉발된 경찰 유착비리가 불거지고, 인사난맥 등이 수면위로 나타나며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여성대상범죄ㆍ수사권조정 'UP'= 민 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성범죄ㆍ가정폭력ㆍ불법촬영 등 여성대상범죄 근절을 1호 정책으로 추진했다. 여성대상범죄 전담부서가 경찰청에 꾸려져 여성청소년ㆍ사이버수사ㆍ생활안전 등 관련 기능별 협업을 강화했다. 이는 강력한 단속과 사회적 이슈화 등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불법촬영 및 유포 행위에 대한 국민의 문제의식이 크게 높아진 계기가 됐다. 불법촬영물 유포의 온상지로 꼽힌 웹하드 업체 55곳을 단속하고, 운영자 112명ㆍ헤비업로더 647명을 검거하는 등 '웹하드카르텔'을 밝혀낸 게 대표적이다.
수사구조개혁도 민 청장 부임 이후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수사권조정 법안은 선거제도 개편안ㆍ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달리 전부터 여야 간 협의가 상당 부분 이뤄졌었다는 게 국회 안팎의 중론이다. 여기에는 의욕적으로 수사권조정을 추진한 민 청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경찰 개혁ㆍ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개혁' 과제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거진 유착비리…조직관리 'DOWN'= 경찰 내부 조직관리에서는 부족한 성적표를 받았다. 클럽 버닝썬 사건을 통해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일명 '경찰총장'으로 칭해진 윤모 총경이 경찰청 요직에 있던 간부였던 점도 민 청장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결국 경찰은 대대적인 '유착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대책 발표에 앞서 민 청장은 "파격적이고 특별한 인사관리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대책이 나온 이후 경찰 내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인사상 난맥과 현장 소통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지난해 고위직 인사를 두고 송무빈 전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이 공개반발했고, 올해 초 현직 총경이 경찰 내부망에 인사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는 등 잡음이 불거졌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 환경을 만들어달라며 현직에 있던 경찰관이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수사권조정과 경찰개혁, 유착비리 근절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부실수사 논란도 해소해야 한다. 가시화하는 경찰 직장협의회 설치는 조직 내부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격변의 시기를 맞아 민 청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