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자유한국당 일부 여성 당원들이 당 공식 행사에서 일명 '엉덩이춤'을 보이는 등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야는 일제히 해당 퍼포먼스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행사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한국당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중앙여성위원회 주최로 '2019 한국당 우먼 페스타 행사'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중앙선관위원회 강연·당원 원탁토론 등으로 구성돼 '남녀성별전쟁 아웃(OUT)', '여성 공천 30% 달성', '여성의 힘으로 정치개혁' 등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황 대표는 축사를 통해 "'청년 친화정당’뿐만 아니라 '여성 친화정당'을 만들어가려고 하는데, 여러분들 여기에 동참해 주시겠나. 여러분들이 하셔야 우리가 여성 친화정당이 되는 것이다"고 호소했다.
나 원내대표는 특강에서 "엉터리 선거법 말고 여성 30% 공천을 의무 규정으로 바꾸겠다"며 "매번 권고 규정이라고 하는데 제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본 행사에서 전국 14개 시·도당 당협위원회가 준비한 장기자랑이 시작됐다.
문제의 퍼포먼스는 일부 지역 여성 당원들이 준비해 원탁토론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다가 퍼포먼스 마지막에 무대를 등지고 돌아서서 바지를 벗었다. 이어 '자유한국당 승리'라는 글자가 적힌 속바지를 연상케 하는 옷차림으로 엉덩이춤을 춰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황 대표도 장기자랑 행사를 지켜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오늘 장기자랑에서 누가 1등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상위 5개 팀은 행사 때마다 와서 공연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여성 당원들이 엉덩이 춤을 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당에서 그것도 여성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성인지감수성 제로의 행위까지 (나왔다)"며 "국회를 이렇게 멈춰 놓은 채 여성당원 바지 내리고 엉덩이 보여주는 공연에 박수치고 환호하는 당신들 도대체 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중심 정당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도구로 당의 승리만을 목표로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한국당의 성인지 수준이 연이은 막말논란에서도 수차례 드러났지만 오늘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울고 싶다. 저만 느끼는 허탈감인가"라며 "안에서는 선별적 국회 등원이라는 초유의 '민망함'을 감수하면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싸우고 있는데 밖에서는 '철 좀 들어라'라는 비판을 받는 퍼포먼스를 벌여야 했나"라고 지적했다.
당 여성위원장인 송희경 의원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행사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리허설을 한 것도 아니다"며 "2~3초 정도 (그 퍼포먼스를) 했다고 해서 (전체 행사가) 폄하되는 건 대한민국 전체 여성한테 너무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여성을 위한다며 만든 자리에서 여성을 희화화했다"며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이를 보며 손뼉을 치던 당 대표의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당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퍼포먼스는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었으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며 "이런 논란으로 행사의 본질적 취지인 여성인재 영입 및 혁신정당 표방이라는 한국당의 노력이 훼손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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