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의 책 한 끼]생각은 뇌를, 행동을, 인생을 바꾼다

독일 유명 의사 겸 작가의 '행복ㆍ건강 처방전'

방탄사고 /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1만7000원

"우리는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몸은 거대한 고양잇과 동물 검치호를 피해 달아나야 했던 석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쁜 소식이라면 검치호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이겠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방향을 바꾸세요. 생명을 위협하는 짐승이라도 곁에 있나요? 아닙니다. 고작 프린트 틈에 끼어버린 잉크 카트리지일 뿐입니다(본문 중에서)."

독일 출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일이 사랑하는 의사, 독일에서 가장 '웃기는(?)' 의사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이 신작 '방탄 사고'를 들고 돌아왔다. 병원에서는 의사로, 무대 위에선 청중을 휘어잡는 강연자이자 카바레티스트로 활동하는 히르슈하우젠은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의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엄청난 팬덤을 형성했다.

그의 전작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는 출간 즉시 독일 아마존 1위를 차지하며 '195주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독일에서만 모두 700만 부 넘게 팔렸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전국 순회강연에는 50만 명 이상의 청중이 몰렸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적인 유머, 속 깊은 메시지, 허를 찌르는 통찰, 건강한 웃음은 이번 신작 '방탄 사고'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이번 책에서는 전작에서 다룬 행복, 사랑, 관계, 건강이라는 4가지 주제를 모두 아우르고 한 발 더 나아가 생각이 몸에 미치는 작용, 생명을 연장시키는 간단하고도 쉬운 방법 등 현대과학이 놓치고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처방을 담았다.

왜 어떤 이들은 남들보다 특별히 돈이 많지도 성공하지도 않았음에도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쾌활해지고 에너지가 넘칠까? 트라우마를 성장의 기회로, 문제를 더 나은 변화로 만드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습관, 즉 '방탄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생각은 뇌를, 행동을, 건강을, 마침내 인생을 바꾼다. 히르슈하우젠은 우리 삶을 바꾸는 최고 결정권자인 '생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의학, 신경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경계를 넘나들며 실감 나게 보여준다. 위트 있는 사진과 일러스트, 여기에 어우러진 언어유희가 몰입도를 높인다.

히르슈하우젠이 생각의 힘에 주목하게 된 건 20여 년 의사 생활 내내 기적이라 부를 만한 광경을 숱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신과 병원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참여형 공연을 진행할 때다. 함구증에 걸려 말을 하지 못하던 아이가 웃음을 터뜨리고 큰 소리로 숫자를 세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는 다른 아이와 함께 웃고 재잘거리느라 자기의 병을 완전히 잊었다.

이 사건은, 그를 단순한 처방과 약물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작용을 눈여겨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저자는 한 연구에서 50세 이상 660명에게 자신의 노년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물었다. 23년 후 연구 참가자들의 사망 기록을 살펴봤더니 노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7년6개월 더 오래 살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당신은 또래 여성에 비해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믿습니까?"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여성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여성보다 다른 모든 위험 요인을 배제하고서도 심근경색 사망률이 3배 더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오랫동안 과학은 기대와 긍정적 태도가 우리 몸에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의학자들은 "그건 단지 플라세보 효과일 뿐"이라며 망상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말, 눈부신 진척을 이룬 과학은 우리 뇌에서 실제로 내인성 진통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명한 엔도르핀이 그것이다. 엔도르핀은 진짜 진통제와 똑같은 수용체에 작용한다. 즉 알약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아도 우리 뇌는 실제로 변화를 겪는다. 생각은 우리 몸을 지배한다. 긍정적 기대, 낙관, 감사, 웃음과 유머는 몸과 마음의 병을 막아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 지수를 낮춘다. 심지어 수면의 질까지 높인다.

최근 출간된 자기계발서들은 애 쓰지 말라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우울한 상태를 그냥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번아웃을 호소하고 무기력, 우울감을 겪는 젊은이들은 점점 늘고 있다. 히르슈하우젠은 일갈한다. "삶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을 때 사람은 미쳐버릴 수도 있고 절망할 수도 있지만, 그냥 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웃음은 가장 건강한 방식일 뿐 아니라 전혀 피상적이지 않아요!"

우리는 의학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발견함과 동시에 깊은 상실감을 느끼는 기이한 과도기를 살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비타민C 복용이 감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은 거짓으로 판명된 지 오래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비타민C를 광적으로 챙겨 먹는다. 독소를 배출하겠다며 차를 마시고 약을 먹고 귀에 초를 꽂는 등 증명되지 않은 독소 처방이 넘쳐난다.

저자는 "최고의 영약은 우리가 매일같이 반복하는 일상의 소소한 생각과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반복하는 생각과 행동이 삶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건강한 생각과 행동의 습관을 몸에 익히는 방법론을, 저자는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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