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32년 뱅커 외길 걸어 온 '소신맨' 허인

서울 법대·노조위원장 출신…원칙 강조하는 소신맨
1960년대생 첫 은행장…'PPT 금지·유니폼 폐지' 유연함으로 조직 문화 개선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눈에 띄는 이력이 많다.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서울대 법대 학사이자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국내 은행장 중에서는 첫 1960년대생 행장이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지점장 경력만 8년이 넘는 보기 드문 '영업통', '현장통' 은행장이다.

훤칠한 키에 온화한 모습이지만 누구보다도 소신, 원칙을 강조하는 '소신맨'으로도 유명하다. 장기신용은행 노조위원장 시절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1998년 국민은행과 합병 당시 노조원들이 합병에 반대했지만 그는 직원들의 합병 반대 투쟁을 거부했다. 합병은 경영진의 판단이고, 노조는 합병 후 근로조건 등에 대해서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허 행장은 결국 10개월만에 노조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본인만의 소신과 원칙, 묵묵히 일하는 뚝심은 변화무쌍한 조직 속에서도 국내 리딩뱅크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르는 힘이 됐다.

국내 첫 1960년대생 행장인 허 행장은 보수적인 은행의 조직 문화 또한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형식'을 파괴해 사고의 유연성,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수평적인 문화 정착에 힘을 쏟고 있다. 파워포인트(PPT) 사용 금지가 단적인 예다. 직원들이 보고서 내용 구상보다 보고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쓰면서 이번달부터 전 본부부서에 PPT 사용을 금지했다. 여직원 유니폼을 전면 폐지하고, 남직원에게는 노타이와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허용해 조직 문화도 유연화했다. 본점 임원실, 부장실을 유리벽을 이용해 개방형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수직적인 조직 문화도 수평적으로 바꾸고 있다.

좋아하는 것은 활자다. 휴일에는 운동을 하면서 쉴 때도 있지만 보고서, 책 등에 파묻혀 사는 공부벌레, 워커홀릭이다.

◆약력

▲1961년 경남 진주 출생

▲1984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7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

▲1988년 장기신용은행 입행

▲2004년 국민은행 대기업부장

▲2005~2012년 국민은행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신림남부지점장, 삼성타운대기업금융지점장

▲2013년 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장(상무)

▲2015년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CFO)

▲2016년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부행장)

▲2017년 11월~ 국민은행 제7대 은행장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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