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 못 받은 40대 목사…폐섬유화로 사망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신고했지만,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40대 목사가 폐 섬유화 진단을 받고 끝내 사망했다. 이로써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 6384명 중 사망자는 1402명에서 1403명으로 늘어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5일 피해 신고자인 조덕진(49) 씨가 폐 섬유화로 사망했다고 26일 밝혔다.

특조위와 조씨 유가족에 따르면 조씨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일 본인 서재에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조씨의 부모님 등 온 가족이 함께 사용했다. 또 목사인 조씨는 평소 목을 많이 사용해 가습기와 가습기 살균제를 자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부터 조씨의 어머니인 박월복씨는 호흡 곤란을 겪으면서 병원에 입원했고 간질성 폐 질환으로 2012년 사망했다. 어머니 사망 이후 조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나도 돌아가신 어머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을 자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6년 초 기침이 심해진 조씨는 각종 검사와 진단 끝에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조씨의 아버지도 현재 천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와 조씨 부모 모두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이후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어 환경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조씨와 조씨 부모는 정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는 크게 특별구제계정(3·4단계 피해자)과 구제급여(1·2단계 피해자)로 나뉜다. 특별구제계정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한 기업 자금으로, 구제급여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을 한다.

다만 폐질환은 3단계 피해자만 구제급여를 지원하고 4단계는 사실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조씨의 부모는 폐 손상으로는 불인정 받았지만, 2018년에 각각 천식과 간질성 폐렴으로 특별구제계정 대상자가 됐다. 조씨도 피해 신고를 했지만, 환경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으로 판정 받아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조씨의 동생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는 온 가족이 함께 사용했는데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지금 형님이 돌아가셨다. 언제 누구의 차례가 될지 모른다"며 "정부가 허가를 내줘 문제가 생긴 것인데 정부와 기업은 보상은 커녕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조위 부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특조위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씨의 빈소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9일 오전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