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진짜 이름이 뭐예요?/최서진

우리는 모두 죽어요

새는 이름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의 창문을 열어야겠지

모래와 얼음이 뒤섞인 검고 붉은 기분 같은 저녁놀

운동화 끈을 풀자 발이 붉다

진짜 이름이 뭐예요?

어둠은 있는 힘을 다해 저녁을 빠져나간다

그녀는 가방에 살아갈 이름을 넣고 자신의 무덤 안쪽을 들여다본다

공중은 발을 망각하기에 좋은 곳

들판으로 죽은 바람이 분다

날아가는 새와 불 꺼진 창 사이

다시 태어난 이름으로 회복하는 중이다

나는 까만 고양이를 밖에 두고 온 사람

어쩌면 그것을 모르는 사람

■이 시에는 제목을 제외하더라도 '이름'이라는 단어가 네 번이나 등장한다. 그만큼 중요한 시어일 것이다. '이름'이라는 단어가 출현하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면, 우선 '이름'은 "완성"해야 할 무엇이지만, "진짜" '이름'은 모르는 상태다. 한편 '이름'은 "살아갈" 방편이며, "다시 태어"날 수도 있는 것인데, "다시 태어난 이름"은 무엇인가를 "회복"시킨다. 좀 중층적이긴 하지만 요컨대 '이름'은 비록 정체를 알 수는 없으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무엇인 셈이다. 물론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리고 "어쩌면" 생의 본질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래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짜 이름"을 이루기 위해 "수천의 창문을 열어야" 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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