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기자
영화 '도어락' 스틸컷/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우리는 왜,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을 봐야 할까. 영화는 마지막까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1인 가구 범죄를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제2의 '숨바꼭질'의 탄생을 기대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도어락'은 열려있는 도어락,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 혼자 사는 경민(공효진 분)의 원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현실공포 스릴러.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은 퇴근 후 도어락 덮개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날 밤, 잠들기 전 문밖에서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공포에 휩싸인 경민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얼마 뒤, 경민의 원룸에서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과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자신도 안전하지 않음을 직감한 경민은 사건의 실체를 직접 쫓는다. 경민의 곁을 지켜주는 절친 효주(김예원 분)와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 형사(김성오 분)가 힘을 보탠다.영화는 무능한 경찰 공권력, 비정규직 문제, 단절된 현대인의 소통을 다루고 있다. 경찰은 구조 요청에 비웃음으로 대처하고, 피해자가 끝내 가해자가 되고 마는 세상에 대한 일침을 담으려 했다.그런데도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엉성하다. 공포와 스릴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시간에 힘없이 끌러 다니는 모양새다.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 간의 쫓고 쫓기는 긴장감 따위는 없다.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인물들이 가진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얽혀 있는 관계 역시 애매하다.공포를 표방했지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폭발력과 긴장감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일부 잔인한 장면은 고문을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가학적이기만 하다.영화적 허용 범위 안에서 개연성을 지녀야 잔인한 장면도 영화적 재미로 다가올 터. 그러나 '도어락'은 잔인함을 위한 잔인함일 뿐 어떤 동기도 분명치 않아 거부감을 준다.게다가 영화를 끌고 가는 가해자의 존재 역시 불명확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가해자를 가리키는 단서 역시 설득력이 없어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결말 역시 마찬가지. 결말을 향해 달려온 관객에게 기대만큼의 엔딩도 선사하지 못한다. 이처럼 스릴러 껍데기뿐인 '도어락'을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왜, 돈을 주고 불쾌감을 사야 하는가.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2월 5일 개봉.이이슬 연예전문기자<ⓒ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