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얇고 쫄깃한 피로 차별화닭고기·고수 채운 속에 현지인 반해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점유율 1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러튼에 위치한 CJ푸드 공장(CJ제일제당 미국법인). 이선애 기자 lsa@
[플러튼(미국)=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원더풀, 헬시푸드.' 미국 현지인들이 CJ의 '비비고 만두'에 붙여준 수식어다. 비비고 만두의 인기는 이 곳에선 신드롬 수준이다. K푸드(식품 한류)를 이끄는 선봉장이기도 하다. 비비고 만두가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현지에서 보여준 성과는 눈부시다. 2016년 비비고 만두로 미국 만두 시장에서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25년간 이 시장에서 1위를 지켜오던 중국 업체를 제치고 얻은 성과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70% 이상 성장한 17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000억원 넘게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가량 성장했다.'그레이트 태이스트 오프 코리아(GREAT TASTE OF KOREA).' 미국 플러튼에 위치한 CJ푸드(CJ제일제당 미국법인) 공장 내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글귀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남쪽으로 2시간 가량을 달려 이 곳에 도착했다. CJ가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고, 이재현 회장의 비전인 '한국 식품의 한류 르네상스'를 열기 위해 2013년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 이 공장에서 한국 만두 신드롬의 주인공 '비비고 만두'를 만났다.박린 CJ푸드 법인장은 "플러튼 공장은 미국 내 CJ 최초의 만두 공장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며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개 라인씩 증설을 단행해 현재 3개의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1500억원 규모(2만t)의 만두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3년 플러튼 공장 가동 당시, 전체 면적의 4분의3이 공터인데 추가로 공장을 짓는 것이 CJ의 목표라고 했던 비전을 달성한 것이다.
플러튼 공장에서 만두가 생산되고 있다. 이선애 기자 lsa@
만두 생산은 총 7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만두소에 들어갈 고기와 채소를 섞는 혼합작업이고 2단계는 만두 피를 만드는 제면작업, 3단계는 만두를 빚는 성형작업이다. 만두 형태가 갖춰지면 83도에서 5분간 만두를 찌는 증숙작업을 통해 만두를 완성한다. 완성된 만두는 영하 7도에서 15분간 얼리는 동결 과정을 거치게 되고 곧이어 자동으로 포장돼 공장 내 설치된 완제품 창고에 보관된다. 생산 전 과정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는 모습이었다. 1개 라인만 가동했을 때 70여명이었던 공장 직원은 현재 라인 증설과 함께 총 150여명까지 늘었다.미국이 비비고 만두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박 법인장은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이라고 자신했다. 비비고 만두는 한국식 만두의 특징인 얇고 쫄깃한 피에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재료로 만두소를 넣는 현지화 전략을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특징을 강조하며 '건강식(헬시 푸드)'으로 차별화한 점도 주효했다. 한입 크기의 작은 사이즈로 편의성을 극대화했고,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치킨 만두'를 개발했다.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호불호가 엇갈리는 실란트로(고수)를 재료로 사용했다.그는 "미니완탕은 돼지고기,부추 대신 치킨, 실란트로 변형해 수용도를 높였고, 스팀덤플링은 레스토랑에서 많이 경험한 국물만두 콘셉트를 최초로 적용해 상품화했다"며 "동시에 전자렌지 조리로 편리성을 극대화는 등의 차별화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플러튼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현지인이 비비고 만두를 꺼내고 있는 모습. 이선애 기자 lsa@
미국에서 차세대 트렌드로 인정받고 있는 K푸드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연구개발(R&D)도 끊임없이 진행중이다. CJ는 2016년 플러튼 공장에 냉동ㆍ상온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식품 R&D센터를 지었다. 2002년 중국에 세운 R&D센터에 이은 CJ의 2번째 해외 현지연구소다. 이곳엔 생산되는 냉동제품 외 현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품목을 포함한 제품별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을 연구ㆍ분석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 R&D와의 시너지를 통해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박 법인장은 "센터는 시판되는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는 정례적인 경쟁제품 분석 외에도 CJ의 제품의 개선 포인트 발굴을 위한 협업과 필요시 외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 등이 진행된다"면서 "특히 새로운 신규 카테고리 제품을 자체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최근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K푸드 시장 창출을 위한 한식 기반 냉동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제품이다. 그는 "한식 세계화를 비전으로 한 비비고 브랜드를 지속 육성하는 것이 큰 전략방향으로 만두에 이어 기술적으로 차별적 구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HMR 냉동레디밀 사업을 주력화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면서 "상온 또한 기존 면라인을 활용한 수프와 누들 형태의 레디밀 카테고리를 집중 공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현재 코스트코 제품에 모두 입점돼 있으며 월마트 입점을 추진중이다.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비비고 만두는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현지화 제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올해 2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시장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독보적 1등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한편 CJ제일제당이 '한식 세계화'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식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수합병과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현지 식품업체를 인수하고, 자사 식품생산기지에 집중 투자하며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 미국 쉬완스 컴퍼니 최종 인수 계약을 맺었다. 쉬완스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업체로 전국 단위 냉동식품 제조 인프라와 영업 네트워크 역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 내 17개 생산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피자, 파이, 아시안 애피타이저 등 시장에서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기업과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툰다. 미국시장 전역을 아우르는 쉬완스 인수로 CJ제일제당은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북미를 본격 공략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우선 CJ제일제당이 기존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보유한 생산기지가 4배 이상인 22개로 대폭 확대된다.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물류·유통·영업망도 동시에 확보된다. 이에 따라 코스트코 등 일부 대형 유통채널에 집중되어 온 비비고 등 기존 CJ제일제당 브랜드 제품들이 북미 시장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앞서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인 카히키도 인수했다. 카히키는 1961년에 설립된 냉동식품 업체로, 미국 중부 오하이오주에 위치하고 있다. 냉동일품요리, 냉동덮밥류, 에그롤· 스프링롤 등 다양한 냉동 간편식 제품과 영업력을 보유한 업체다. 월마트와 샘스클럽 등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돼 판매될 정도로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박 법인장은 "키히키의 냉동 HMR 제조경쟁력과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만두, 면, 소스 중심에서 일품요리, 밥과 면 베이스 간편식 등으로 냉동식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며 "현지 생산기반과 브랜드 인지도, 영업력 등을 확보해 미국 식품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웰빙·건강식품 인식이 확대되며 폭발적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김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식문화가 다른 미국의 특성에 맞춰 반찬용보다는 '건강한 웰빙 간식'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국에서 첫 현지 생산공장도 건설중이다.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 식품시장에서 비비고 만두 외에도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제공할 수 있는 대형 제품을 육성하고, 한식과 현지식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성장기회를 확보하겠다"며 "식품사업 성장을 위해 제조 인프라와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성장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현지 업체 인수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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