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1968년 싱가포르를 방문한 강량욱 전 북한 부주석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악수하며 환송하고 있다.(왼쪽사진 좌측이 강량욱 전 부주석, 우측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미국 재무부가 최근 북한과 거래한 싱가포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싱가포르 기업이 대북 거래로 제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미국은 싱가포르 기업에 대해 대북 거래를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이번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배한 싱가포르 기업인 탕 위 벙은 경영컨설팅 업체인 언스트영이 2011년 떠오르는 싱가포르 기업인으로 선정했던 이다. 당시 선정 이유를 보면 그는 쌀과 설탕을 거래하는 기업을 운영하며 호평을 받았다. 가격 변동이 심한 상품을 거래하는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헤지와 옵션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탄위벙이 적어도 2011년부터 북한과 수백 만 달러 어치의 상품을 거래하며 제재를 피해 현찰을 전달하는 등 제재를 위반했다고 밝혔다.싱가포르는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국가에 대해 경고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우려도 크게 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재무부가 우리 은행들과의 콘퍼런스 콜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세컨더리 보이콧 사전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과 상당히 다른 대응이다. 이번 제재는 미국이 싱가포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이기도 했지만 북한과 특별한 관계에 있음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양국 관계는 과거부터 특별했다.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를 국가로 승인한 첫 공산권 국가가 북한이다. 비동맹 주의를 택한 싱가포르는 북한의 결정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계기로 1968년 싱가포르에 북한 무역 대표부가 설립됐다. 이 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강량욱 전 북한 국가 부주석은 큰 환대를 받았다. 그를 환송하기 위해 리콴유 총리가 직접 공항까지 나왔던 장면은 싱가포르가 북한을 상당히 의식했음을 보여준다. 1년 뒤인 1969년 양국은 영사관계를 맺었다. 이는 한-싱 관계보다도 2년이나 앞선다. 이후 양국간 무역이 크게 늘었다. 싱가포르는 2016년 북한의 8번째 수출국이었다. 미국이 싱가포르 기업과 기업인을 제재하는 것은 이처럼 양국 무역이 지속적을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북한 최초의 프랜차이즈 식당도 싱가포르인이 운영하고 있다.싱가포르인이 운영하는 평양의 식당(유튜브 캡처)
싱가포르는 북한이 원유와 각종 명품을 확보하는 루트이기도 하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정치 자금을 관장하는 39호실도 싱가포르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북한 역시 싱가포르가 궁지에 빠졌을 때도 외면하지 않았다. 2014년 싱가포르가 바다를 모래로 메워 부족한 영토를 늘리려 하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 싱가포르에 대한 모래 공급을 중단했다. 이 때 북한이 나섰다. 이런 북한에 대해 싱가포르가 쉽사리 손을 끊기는 어려워 보인다.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