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야당의 판이라 불리는 정기국회를 안고 있었음에도 추석 밥상머리 이슈전쟁에서 정부·여당에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장관·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소득주도성장 실패론, 부동산 대책 등 숱한 대여(對與)공세 소재가 있었지만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묻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된 23일 정치권에서는 이번 명절의 최대 화두로 '남북정상회담'과 '경제'를 꼽는다. 이는 여야가 추석 밥상머리에서 각각 부각시키고자 하는 이슈이기도 한데, 우선 연휴 시작 직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정부와 여당쪽이 이슈 주도에서 우위를 점한 모습이다. 특히 고용지표 악화와 집값 급등의 악재 등으로 한 때 50% 아래까지 떨어졌던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평양 회담 이후 단숨에 60%선까지 회복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여기에 더해 문 대통령은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유엔(UN) 총회에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미 정상이 만들어내는 '평화' 키워드는 이번 추석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화제가 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21일 오전 서울역에서 추석 명절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여당도 이 기세를 몰아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한반도 평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궤도에 올라섰다"며 "남북 철도 연결,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필요한 입법조치를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 야당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며 "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는 북한이 비핵화 시늉만 하는데 우리가 무장해제를 한다고 한다. 한국당이 언제까지 평화 방관자, 방해자로 남을지 이제 결정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이처럼 의기양양한 여당에 반해 제1야당인 한국당은 추석 밥상 이슈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관·헌법재판관 등 11명의 '슈퍼 인사청문회'가 평양 회담에 묻혀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데다, 그동안 맹공을 펼쳐왔던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당차원의 구체적 대안(국민성장론) 제시를 추석 이후로 미루면서 공세 동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나선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소득주도성장이 만들어 낸 쓸쓸한 한가위가 이제는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평양정상회담 하나로 문재인 정권은 당장에라도 평화가 찾아온 것인양 자발적 무장해제도 서슴지 않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시작전 정부의 경제 실패와 안보 문제를 상기시키면서 평양 회담으로 기울어진 이슈를 어떻게든 만회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 탈원전, 소득주도 성장 등 지도부가 전선을 너무 확대해 집중력이 약화된 측면이 있었다"며 "추석 민심은 민심대로 두고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연휴기간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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