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기자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 상봉 행사에서 남측 백민준(93) 할아버지의 북측 며느리 리복덕(63), 손녀 백향심(35)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나이들이 다 많다보니 이번에 보는 게 마지막일 거 같아서 걸리는 게 그거 하나다."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김영수(81)씨는 작별을 앞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고 없이 헤어졌다 65년 만에 다시 만난 가족들은 이날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됐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 호텔에서 작별 상봉을 한 뒤 같은 장소에서 1시간 동안 점심을 먹고 상봉 일정을 마무리한다.당초 작별상봉은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한 시간 예정돼 있지만 남북이 전날 1시간 연장할 것을 합의하면서 3시간으로 늘었다. 이로써 남북 이산가족은 2박3일 간 총 12시간을 마주앉게 됐지만 오랜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듯 보였다.배순희(82)씨는 "사흘이라는 (상봉)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며 "어릴 때 투닥거렸던 연년생 동생을 만나고 싶었는데 지난해 사망했다고 들었다. 큰 언니도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북측 여동생과 조카를 만난 김달인(92)씨는 "처음은 그냥 좋았는데 마지막 날이 되니 기분이 좀 그래"라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김씨의 부인 황정희씨는 "여동생이 첫날부터 '오빠가 그리웠어'라는 말을 계속하더라. 70년 전 오빠 사진을 꼭 간직하고 있다가 이번에 가지고 나와 계속 보여줬다"고 전했다.북측 초카 둘을 만난 이병주(90)씨는 "이번에 우리 큰 아들도 데리고 왔다"면서 "이제 우리는 뿌리를 찾았으니까 애들한테 맡기고 가게 됐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 날인 21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기호(83) 할아버지가 북측 조카 최광옥(53)씨의 춤사위에 박수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형수·조카와 만난 김종태(81)씨는 "오늘이 마지막인데 영영 못 만나게 될 거지만, 죽기 전에 통일 안 되면 영영 못 만나게 되겠지만, 그래도 헤어질 때 '잘 있어라'라고 말하고 헤어져야지"라며 이별 준비를 했다.이날 작별상봉이 끝나면 남측 가족들은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에 탑승해 오후 1시 45분께 금강산을 떠나 육로를 통해 귀환한다.이설 기자 sseo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