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이 본 남북정상회담]'과하다 싶을 만큼 합의해야~'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양우석 감독(49)의 영화 '강철비(2017년)'에서 대한민국은 비밀스러운 작전으로 전쟁을 피한다. 엄철우(정우성)의 도움으로 북한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리태한 정찰총국장(김갑수)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의성 대통령(김의성)의 폭격 명령에 F-15 전투기는 타우로스 미사일을 발사하고, 평양방어사령부 지하벙커는 그대로 폭발한다. 한반도는 상처를 치유하면서 안정을 되찾는다. 김경영 대통령(이경영)은 취임사를 통해 다짐한다.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북한의 대화 요청에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원래 하나였던 나라는 반드시 하나의 나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지난 100년간 이 땅에서 벌어진 수많은 비극을 치유하는 것이며,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는 일입니다."양 감독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반갑게 인사했다.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된 두 남북 정상의 역사적 첫 만남. 사전에 합의된 일정과 동선에서 벗어나 서로를 배려하며 평화와 통일의 초석을 다졌다. 그 가능성을 미리 제시한 강철비는 지난 20일 열린 제20회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누오보 죠반니 극장을 메운 관객 1200여 명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제작진과 한반도의 평화를 응원하는 환호였다.
27일 귀국한 양 감독은 이탈리아 관객들처럼 남북정상회담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전쟁에 버금가는 위기가 도래할 것 같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에 화해 국면이 마련돼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내가 생각했던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양 감독은 "두 정상이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은 부분에서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이 자칫 삐끗할 수 있다. 이때 이리저리 얽힌 매듭을 풀면서 긴장을 완화하려면 남북이 또 한 번 대화의 기회를 마련할 만큼 두터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양 감독은 향후 남북관계의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고 내다봤다. "남북정상회담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운명은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올 초까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핵미사일을 제거하려고 소련과의 전면전쟁도 불사한 쿠바미사일위기 때를 연상케 했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이 우려하는 바를 먼저 불식시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종전 선언 등은 좋은 화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회담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는 완벽한 비핵화를 꼽았다. 양 감독은 "기본 합의 정도에서 마무리된 1994년 제네바합의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몇 개월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모두의 응원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민족으로 뭉치려면 망각과 용서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숱한 갈등을 정리하고 서로를 용서할 때다"라고 강조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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