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네포티즘(Nepotism) - 나라와 기업을 좀먹는 족벌주의의 폐해

로버트 케네디(사진 왼쪽)는 존 F.케네디(사진 오른쪽)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곧 법무장관으로 임명 돼 족벌주의(네포티즘) 논란을 야기했다. 그는 이후 탁월한 능력과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형과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다는 비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사진 = jfklibrary.org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1960년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된 존 F. 케네디는 법무장관에 공직 경험이 전무한 35세 변호사를 기용했다. 젊은 법무장관은 탁월한 능력으로 재임 중 소련과의 협상, 쿠바 미사일 문제 등을 해결했지만 줄곧 여론의 비난과 논란이 따라붙었다. 훗날 민주당의 대권후보까지 올라가며 실력과 대중적 지지를 받게 된 그가 비판에 시달렸던 이유는 대통령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경험이 일천한 일개 변호사가 형인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인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의 음덕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법무장관에 중용될 수 있냐는 물음은 아무리 뛰어난 실력으로도 족벌정치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기 어려움을 시사했다.네포티즘은 조카(Nephew)와 편애(Favoritism)가 합쳐진 말로 중세 교황들이 자신의 사생아를 조카라 칭하며 고위직에 임명하는 관행에서 유래한 족벌주의를 지칭한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재벌 3세의 경영 자질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대기업 오너 일가의 네포티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을 동시에 쥔 오너가 자격 검증 없이 자녀들을 기업 요직에 앉혀 구설에 오르는 일은 새삼스럽지도 않다.다만 그 언니가 땅콩 회항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고, 오빠 역시 교통경찰 뺑소니로 논란이 됐었다면 그 자신이라도 능력 이전에 자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잇따른 갑질 논란에 국민은 그 기업의 근본적인 서비스와 안전성을 의심하고, 사명변경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중세 교황과 가톨릭은 네포티즘이 초래한 극심한 부정부패로 이내 암흑기를 맞았다. 네포티즘의 폐해를 이 기회에 개선하지 못한다면, 그 일가와 기업의 암흑기 역시 멀지 않은 듯하다.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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