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구청장 아저씨 어떤 때 가장 행복하나요?

유종필 관악구청장 25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에서 삼성중 1학년 8명이 불쑥 구청장실을 찾아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한 내용을 풀어써 눈길 . 특히 어린 학생들이 '언제 가장 힘드느냐?' '어느 때 가장 행복하느냐? '는 등 근본적인 질문을 퍼부어 깜짝 놀랐다는 얘기 등을 진솔하게 적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얼마전 관악구청사로 중학생 8명이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삼성중 1학년생들로 진로 체험 프로그램 일환으로 관악구의회를 방문한 다음 구청장을 만나보겠다고 느닷없이 찾아온 것이다.어른들이라면 불쑥 구청장실을 찾아 막무가내로 구청장 만나겠다고 떼쓰는 경우다 많다.그러나 이런 어린 학생들이 구청장을 만나보겠다고 불쑥 찾아온 용기가 대단해 보인 사건(?)이었다.유종필 관악구청장이 25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에서 ‘앗! 구청장을 놀라게 한 중 1생들’이란 제목으로 쓴 글 내용은 이렇다.중학교 남녀 학생 8명의 불청객들을 반갑게 맞아들여 음료수와 과자를 대접했다. 아직 병아리 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이었다.한 여학생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구청장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뭐예요?”라고 하자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해주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중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자 “주민들 간 이해가 상반될 때 중재하기가 가장 어려워요. 예를 들어 이웃에서 집을 새로 지을 때면 늘 다툼이 발생해요. 이런 일로 구청장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데,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정말 어려워요”라고 답했다.이해 관계가 다른 두 집단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구청에 근무하거나 출입기자라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이처럼 가벼운 질문과 대화가 이어졌다.잠시 침묵이 흘른 후 유 구청장이 “또 궁금한 것 없어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질문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라고 말해도 아이들은 쭈뼛쭈뼛 웃기만 할 뿐 별 말이 없었다. 그런 후 한 학생이 “어떤 때 가장 행복해요?”라고 묻더란다. 그러자 자신이 “구청에서 한 일로 인해 주민들이 행복해 하면 구청장도 덩달아서 행복해져요”라고 답했단다.또 유 구청장이 “또 질문 없어요?”라며 재차 질문을 재촉했지만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단다. 그러나 어쩐지 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었단다. 이윽고 질문 보따리가 풀리자 질문이 연달아 쏟아져 나왔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중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구청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어떤 계기로 구청장이 되었나요?”“지금까지 가장 크게 벌인 사업은 뭐예요?”“앞으로 힘써 해야 하는 사업은?”“가장 성공적인 사업은 뭡니까?”“관악구를 어떤 구로 만들고 싶어요?”등 핵심을 꿰뚫는 질문이 계속됐다고 전했다.유 구청장은 “어리게만 보이던 중1의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이야. 프로 언론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아닌가”고 탄복했다.유 구청장은 질문마다 최선을 다하여 대답해준 후 방에 걸린 돈키호테 사진을 가리키며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돈키호테는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웠지요. 나폴레옹은 어린 시절 무지개를 잡으러 뛰어갔습니다. 청소년기에는 꿈을 많이 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놀기도 잘해야 합니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황당해 보일 수 있는 ‘꿈’일지라도 꿈을 꿀 것을 주문했다.유 구청장은 지난해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란 책을 펴내 베스트 셀러가 됐다.또 학생들은 유 구청장에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요?”라는 질문을 했고 그는 “초등학교는 산을 넘어서 다니고 중학교는 6㎞ 넘는 길을 걸어서 다니다보니 등하교 길에 기본운동을 다한 셈이죠. 그러고도 날마다 축구, 농구를 했어요. 그 당시는 학교 앞에 사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는데 지금은 그 때 걸어 다니며 체력 단련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고교는 도시로 진학했는데 큰 도서관이 있고 독서 동아리가 있어서 책을 많이 읽은 게 평생 도움이 되지요. 여러분도 중고등학교 시절 동서양 고전을 많이 읽기 바랍니다”고 ‘책’을 많이 볼 것을 주문했다.유 구청장은 ‘꿈을 크게 꾸고’ ‘책을 많이 읽을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이들 학생이 구청장을 불쑥 찾아온 의미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만남이 됐을 것이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중학생들과 대화를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유 구청장은 “아이들과 준비되지 않은 만남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들도 나와의 만남이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 참 대단한 우리의 아들딸들이다. 이래서 윌리엄 워즈워스는 '무지개'라는 시에서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을까?”라고 글을 맺었다.유 구청장은 이날 이들 학생들과의 만남이 또 다른 행복한 일 중의 하나가 됐을 것으로 보였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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