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한 진짜 이유

[아시아경제TV 이상훈 기자] 앵커) 수율이라 하면 언뜻 감이 잘 안 오는데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기자) 반도체에서 수율은 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말합니다. 반도체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 설계된 최대 칩(IC)의 개수 대비 실제 생산된 정상 칩의 개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죠. 불량률의 반대말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따라서 수율이 높을수록 불량률이 낮음을 의미하며, 상품화 가능한 완성품의 수량이 높아지는 만큼 수율이 높다는 것은 이익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무엇보다 반도체는 매우 미세한 회로로 구성되기 때문에 공정의 정확도, 클린룸의 청정도 등도 수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은 조금 과장하면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죠. 공정이나 청결도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불량률이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앵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율이 나와야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기자)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수율이 80%는 넘어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정도 되면 ‘황금수율(Golden Yield)’이라고 말하는데요. 80%~90%의 수율이 나오면 거의 이익이 극대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대가 넘어가던 LG전자의 올레드(OLED) TV의 경우에도 패널 수율이 낮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올레드 패널 수율이 85%를 넘어서서 200~300만원대로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그 만큼 수율은 소비자에게도, 기업에게도 매우 민감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SK하이닉스의 경우 박성욱 부회장의 주도 하에 4세대 낸드플래시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습니다. 삼성전자보다 개발이 1년 가까이 늦어졌기 때문인데요. 지난 4월 제품 개발성과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수율이 50%를 밑돌기도 했습니다.앵커) 그 정도면 상식적으로 수율이 굉장히 나빠 보입니다. 100개 제품을 생산하면 절반이 불량이라는 얘기인 거죠?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줄곧 수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진전이 더디기에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본래 3D 낸드플래시 기술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그 만큼 기술력이 우위에 있고, 사물인터넷(IoT) 등 가전 전반에까지 3D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역대 최고 호황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4세대 64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고, 96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착수했는데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는 지난 연말 48단 낸드플래시 제품 출하를 시작한 상태입니다.기술적으로 삼성전자에 비해 뒤쳐진 SK하이닉스는 자체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지만 3D 낸드플래시 경험이 부족한데다 삼성전자와 기술방식도 달라 어려움에 처한 듯 보였습니다. 그 시기에 때마침 도시바 메모리사업부가 시장에 나온 것이죠.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은 SK하이닉스와 유사한데다 도시바 인수를 통해 현재 공급부족인 시장 상황을 해결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앵커) 말씀하신 내용대로면 SK하이닉스가 수율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도시바를 인수하려고 한 거라는 내용인데 그렇다면 도시바 인수전의 결과가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만은 아닌 듯 보입니다?
기자) 그렇지요. 삼성전자는 5세대로 가는데 SK하이닉스는 4세대 수율이 안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익은 나지만 중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하는 반도체 사업에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4세대 낸드플래시가 잘 돼야 양산해서 돈을 벌 텐데 61% 정도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요. 그래서 고심 끝에 도시바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볼 수 있습니다.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어느 회사도 양산 단계에서 황금수율을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등 모두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황금수율이 아니며 판매하면서 점진적으로 수율이 상승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간단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이기자는 잘 한 결정이라고 보나요? 기자) 도시바 인수전 막판에 SK하이닉스가 4조원을 더 써냈지만, 4세대 낸드플래시 수율이 형편없기 때문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이끄는 협상팀이 배수진을 치고, 극적으로 잘 인수협상을 해 승리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의 실투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 가까스로 승리한 격인데, 장기적으로는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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