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절벽 탈출, 역발상에 답 있다]'학원 뺑뺑이' 대신 품앗이 육아

퇴근전 아이 맡길 곳 없어 일찍 마치는 엄마들이 학습지도·놀이 등 챙겨어쩔 수 없이 사교육 선택…지역 사회가 공동육아 도와야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수업이 진행 중이다. (제공=여성가족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이민우 기자] 갑작스런 직장 연수 일정으로 초등학생 딸의 생일을 챙기지 못하게 된 도봉구에 사는 신선미씨. 신 씨는 시무룩해진 딸을 대하며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딸의 생일날, '품앗이 엄마'들이 서둘러 퇴근해 딸의 생일 파티를 함께 준비해줘 특별한 생일을 보냈다. 하루는 일찍 마치는 엄마들이 먼저 아이들을 챙겨 평일 오후 대학로에 연극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다. 신 씨는 "엄마가 혼자 해주지 못 하는 부분들을 엄마들이 나누어 품앗이함으로써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엄마들이 뭉쳤다. 이웃과 함께 아이를 돌보는 '공동육아나눔터'에서다. 외벌이 엄마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맞벌이 엄마의 참여도 높다. 이른바 '품앗이' 육아로 품앗이 활동은 학습지도, 놀이, 체험활동, 등하교 안심동행 등이다. 돌봄 형태에 따라 보육시설 대체 품앗이, 방과 후 품앗이, 토요 돌봄 품앗이로 구분된다. 활동 내용과 형태는 구성원이 함께 논의한다. 이용 인원은 꾸준히 늘어 2011년 9만3452명에서 지난해 51만3312명까지 늘었다. 올 상반기까지 35만7000여명이 나눔터를 다녀갔다.품앗이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사교육을 전전하며 오후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혼자 둔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많은 부모들이 사교육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학생 수 줄었지만 사교육비 늘어=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조1000억원으로 전년도 17조8000억원에 비해 2000억원(1.3%) 증가했다. 학생 수는 전년도에 비해 3.4% 감소했는데 사교육비는 늘어난 것이다.사교육 형태로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교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도 인기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전국 초·중·고등학교 중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는 지난해 기준 1만1775곳으로 2012년 1만1361곳에서 꾸준히 늘었다.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 수도 2012년 15만9000명에서 지난해 기준 23만8480명으로 늘어났다.
영유아들의 사교육 시장 진입은 더욱 가파르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5세 아이 83.6%, 2세 아이 35.5%가 사교육을 이용하고 있다.사교육은 일부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기도 하지만 맞벌이 부부들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회사를 마칠 때까지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에 시작하는 '오후 유치원'도 생겼다. 만 2세 자녀를 둔 박모(여·35)씨는 "저녁 7시30분까지 맡길 수는 있지만 대부분 오후 5시 이전에 조부모나 돌보미 등을 통해 집으로 데려간다"고 말했다.◆자발적 품앗이 육아, 사교육 대안으로=맞벌이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오후 5~6시면 대부분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초등학교도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품앗이 육아가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는 맞벌이 엄마들에겐 이웃들에게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사교육 대안으로도 주목 받는다. 강남구에 사는 윤희정씨는 "다른 아이들이 주 2회 월 20만~30만원짜리 영어학원을 다니기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만난 엄마들과 그룹을 만들어 주2회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맞벌이 가정에서도 공동육아나눔터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마련 중이다.이슬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아이를 맡길 만한 믿을만한 곳이 없어서 사교육 시장을 찾게 된다"며 "지역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보육과 노동 환경이 갖춰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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