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갤럭시 노트8 개발 철학에 대해 밝히고 있다.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사랑하는 고객분들이 '삼성전자가 1년 만에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갤럭시 노트8이 삼성전자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생각과 준비를 했습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로 단종된 아픔을 딛고 '갤럭시 노트8'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삼성 언팩 행사 후 뉴욕 피에르(Pierre)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고 사장은 신제품 전략과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노트7 사태 이후) 1년이 됐는데, 소비자의 안전은 언제든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성했고, 갤럭시 S8 시리즈를 통해 일부 증명했다"며 "사람이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어떻게 책임감있고 투명하게 고객들과 파트너사들과 지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노트7 사태 이후 가장 걱정했던 부분 중 하나가 개발자들이 움츠러들거나 위축되는 것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삼성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큰 이유가 개발자들의 노력과 혁신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여주기 식의 깜짝 쇼보다는, 진정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술혁신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철학도 밝혔다. 그는 "쓰고 경험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 의미가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동진 사장과의 일문일답. -언팩 행사장에서 갤럭시 노트7 사과와 유감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그런 일은 전세계에서 처음 있었던 일이다. 직장생활하며 내가 이런 일을 겪는구나 생각도 했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구미 공장에 가서 휴대폰 20만대, 배터리 3만대를 테스트하는 것을 체크했다. 배터리가 원인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린피스에서도 재활용 얘기를 해서 노트FE도 냈지만,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이게 정말 배터리의 문제였다는 것을 제품으로 증명하고 싶었다. 또 노트8을 출시하면서 노트7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잘못한 것을 덮고 간다는 것은 제 성격에도 안맞고 회사도 그래선 안 된다. -노트8 와우(WOW) 포인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고객들마다 바라는 것들이 모두 다르다. 신제품을 원하는 고객도 있지만, 2~3년은 쓸 수 있는데 자꾸 신제품을 내 기존 제품이 구형 취급받게 하는 것에 불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교체를 위한 교체, 혁신을 위한 혁신보다는 의미있는 혁신, 고객이 원하는 혁신,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있는 제품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도 소비자 조사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반영했다. 써 본 뒤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지난해 단종 사태 이후 노트 브랜드 포기하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이 질문 상당히 많이 들었다. 제가 초기 단계부터 개발했기 때문에 애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노트를 사랑해주는 충성고객이 있고 어렵게 만든 브랜드를 포기할 수는 없다. 초기에 노트 무시하던 업체들도 이제 비슷하게 따라오고 패블릿이라는 분야를 개척하지 않았나.-배터리 용량이 전작에 비해 줄었다. 안정성 담보하다 보니 용량 늘리는 것은 당분간 멈추는 건가 ▲배터리 용량을 줄여도 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10나노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썼다. 10나노 AP가 효율성을 30% 높여준다. 해상도를 풀HD로 하되 사용자가 원할 수 있게 바꿀 수 있게 한 것도 영향. 여러 경험으로 볼 때 고객 선택사항으로 해 두고 배터리는 적게 가져가도 사용시간 유지할 수 있겠다고 본 것. 배터리 안 정성 저는 이제 좀 손을 턴 거 같다. 2년이 지나도 95% 이상의 효율을 유지한다. -중국, 인도 시장에 대한 질문이다. 중국 업체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 이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중국은 올해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봄에 많은 고민 끝에 중국 책임자를 바꿨다. 리더를 바꾸는 것은 큰 변화다. 방만하게 운영했던 유통구조도 혁신했다. 셋업 중심의 오퍼레이션으로 대대적 전환하기 위해 정형화된 351개 거래선으로 모두 재편했다. 또 8월 1일자로 7개 지사와 31개 판사처로 운영되던 체계에서 중간층을 없애고 22개 공공사 체계로 바꿨다. 공공사 전체 중 반은 현지인. 중국서 진정한 현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것. 거래선들로부터 신뢰 회복에 대한 신호가 조금씩 오고 있다. 중국은 절대로 포기하는 시장이 아니다. 그 동안 잘 몰랐던 부분을 가지고 일부 방만하게 운영했던 것에 대해 선택과 집중으로 간다. 중국에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반드시 회복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스마트폰만으로 먹고살기 힘든 시장. 신사업과 혁신은 어떤 걸 준비하고 있나.▲스스로에게 늘 묻는 질문이다. 지난 5월 무선사업부 전 임원이 모여 2020년 비전을 설정했다. 당장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스마트폰과 관련돼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계속 전달할 수 있는 쪽이다. 변신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할 거다. 새로운 비즈니스는 항상 새로운 기술의 변곡점에서 창출된다. 표준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5G, 새로운 소재, 새로운 소프트웨어, 서비스 이런 쪽에서 분명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빅스비 중국어 버전 언제? 2020년 비전의 핵심이 빅스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VR등 결합한 생태계인지?▲중국어는 90%까지 와 있다. 삼성엔 스마트폰 외 TV, 가전 등 다른 제품이 많은데 빅스비 중국어 도입은 TV와의 연결 등도 생각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있는 시대와 앞으로의 시대는 완전 다르고 새로운 길 걸어간다는 발언을 한 외신 봣다. 과거 미전실 있던 시대와 지금 어떻게 전략 설계 등 달라졌나.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대표님 이 세분이 거의 매주 만나 중요한 투자결정 등에 대해 계속 토의한다. 주요 의사결정은 거기에서 다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새로운 경험인 것 같다. 일부 언론에선 각자도생의 길로 걸어간다는 표현까지 하셨던데 미전실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크게 방향이 다르진 않았다. 새롭고 어려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장 사장단 회의도 사라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전 무선사업부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제 사업에 있어서만은 미래 준비에 절대 소홀하지 않으려 한다. 더 열심히 신경 많이 쓰면서 하루하루 일하고 있다. 매일 신경이 곤두서있다. 신 대표님 윤대표님 찾아가서 말씀듣고 권부회장님도 찾아가서 생각을 묻고 한다. 옛날 사장단에 있었을 땐 거기에서 짧게짧게 말했는데 그 회의체 없어졌으니까 선배님들 자문 조언에 항상 목마르고,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팀쿡이 애플 비 전에 대해 "Not the First, just be the best"라고 했다. 삼성 무선사업부의 비전은 ▲경쟁사 비전과 비교하기 보다는, 고 사장의 비전이 뭐냐고 묻는다면 조직운영 철학을 말하고 싶다. 첫번째는 삼성의 갤럭시 브랜드가 고객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게끔 하는 것, 두 번째는 파트너사들과 상호 존경받는 관계 만들기. 'Winner takes it all(승자독식)'이라는 옛날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무선사업부 직원들로부터 신뢰받는 사업부를 꼭 만들고 싶다. 이 경영철학을 셋업하며 임원들에게는 4가지 원칙을 줬다. 첫번째 하의경청, 두번째 심사숙고, 세번째 만사종관, 마지막 이청득심. -중국에서 아직 삼성이 아이폰 대비 프리미엄 브랜드 인정을 못 받는 것 같다.▲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거 같다. 왜냐하면 안드로이드 고객과 iOS 고객 간 차이가 있다. 각 OS마다 장단점이 있다.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삼성 제품은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 부분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발전시킬지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 -연간 목표 판매량은▲노트5가 연간 평균 1100만대 수준. 그거보다는 낫지 않겠나. 노트7은 사라졌으니 비교하긴 어렵고 전작인 노트5와 비교하면 그것보단 많지 않을까. 다만 갤럭시S8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모델이기 때문에 노트8 물량은 조절하려고 한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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