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영의 야간비행]'바닷물 감옥'에서 살아남는 법

지구 온난화 현재 속도라면이번 세기 20~203cm 해수면 상승이주하거나 방벽 세우거나인류의 선택지는 두가지 뿐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육중한 몸의 역도선수가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경쾌한 스텝에 엉덩이와 뱃살도 함께 출렁인다. 한껏 즐기는 표정이 화룡점정이다. 댄스 세리머니의 주인공은 2016 리우 올림픽 역도 남자 105㎏급에 출전한 데이비드 카토아타우다. 그의 리우올림픽 성적은 전체 17명 중 14위. 그러나 세리머니만큼은 금메달감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가 카토아타우의 춤에 웃음을 터트리며 환호성을 보냈다.카토아타우가 춤을 추는 이유는 바로 그의 조국 키리바시 때문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33개의 산호섬과 바위섬 등으로 이뤄진 키리바시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인구 11만명인 키리바시는 30년~60년 후 지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역도와 춤을 통해 "우리처럼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섬나라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세계적인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의 신작 '바다의 습격'은 이 같은 해수면 상승이 가져올 전 지구적 위협에 대해 경고한다. '인류의 터전을 침식하는 해수면 상승의 역사와 미래'라는 부제에 걸맞게 선사시대부터 벌어진 해수면 상승의 역사를 소개하고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미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의심의 여지없이 우리 인류는 최근 수십 년간 가속화된 온난화에 일조해왔다. 해수면의 변화는 누적적이고 점진적이다. 상승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략> 우리 인류의 엄청난 숫자 그 자체와 해상 운송 화물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취약성을 증가시켰고, 결국 우리는 인류가 이전에 결코 씨름한 적 없는 홍수 통제 시설이나 해안 방어 시설, 이주 문제에 대해 고통스럽고도 극히 값비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17쪽)"
2만1000년 전 해수면은 지금보다 정확히 122m 낮았다. 인류가 겪은 마지막 빙하기는 1만5000년 전에 끝났다. 이 후 대해빙이 시작되면서 막대한 양의 융해수가 북반구 바다로 들어갔다. 해수면의 첫 번째 급상승(펄스·pulse)은 1만9000년 전이었고 해수면은 10∼15m 상승했다. 두 번째 펄스는 1만4600년∼1만3600년 전으로 해수면이 16∼24m 상승했다. 마지막 펄스는 기원전 6200년∼기원전 5600년 사이에 있었고 약 1m 안팎의 소규모 상승이었다. 마지막 펄스가 있었던 기원전 5500년 무렵, 민물 호수로 초기 농경 인구의 터전이었던 '에욱시네 호수'(흑해)가 지중해의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바다가 됐다. 이는 노아의 방주의 신화를 낳은 역사적 근거로 여겨진다. 저자는 당시 인류는 그 수가 워낙 적고 수렵 생활 위주였기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해도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고지대로 옮기면 됐다고 설명한다. 기원전 4000년∼기원전 3000년 무렵 지구의 해수면 상승은 사실상 멈췄다. 19세기 중반 인류가 산업혁명의 절정기에 진입하기 전까지 해수면 상승 속도는 매우 느리게 유지됐다. 그 사이 인류는 거대한 문명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인구는 점차 늘어났다. 높아진 바다 수위덕분에 유속이 느려지고 엄청난 양의 퇴적물이 쌓여 광활한 삼각주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농경문화 보급과 함께 강어귀는 삶의 터전이 됐고 도시는 그곳에서 발전했다. 저자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바다는 살벌한 투쟁의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산업 혁명의 절정기인 1860년쯤부터 다시 해수면 상승은 시작됐다. 화석원료의 남용은 온난화에 일조했다. 곳곳에 댐을 건설하고 수로·제방을 축조하면서 상류의 토사 퇴적이 멈췄다. 오히려 바다에 의한 침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규모였던 습지와 늪지는 꾸준히 줄어들었고 기상이변을 동반한 바다의 공격은 점점 더 강해졌다.

(AP =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는 1880년 이후 해수면을 약 20㎝ 높였고 상승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세기에 20∼203㎝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만약 현재 속도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다음 몇 세기에 그린란드와 남극 빙하 일부가 녹으면서 우리는 최소 4∼6m 상승한 바닷물에 갇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세기에 물에 잠길 것으로 보이는 인구 1만 명의 투발루는 뉴질랜드로 이주를 결정했고, 인구 11만 명의 키리바시는 호주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 반면 고도가 2.4m에 불과한 인구 30만 명 규모의 몰디브는 뚜렷한 이주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저자는 뭍도 안전하지는 않다고 경고한다. 2012년에 도시의 70%가 물에 잠긴 지중해의 베네치아는 퇴적 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40년에 걸쳐 15∼20㎝ 가라앉을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상하이도 주변의 해안선 절반이 침식 상태에 있어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상하이 전체가 물밑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방벽을 건설할 재원이 없는 방글라데시는 다음 세기에 예상되는 1m 이상의 해수면 상승으로 10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생길 수 있다.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류는 '이주'와 '방벽' 중 선택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주할 공간도 적고, 쉽게 터전을 버릴 수 없기에 남은 선택지는 방벽 건설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늪지와 습지, 맹그로브는 퇴적물의 자연적인 누적을 통해 지반이 상승하는 토대가 되고, 침식 현상이 일어나도 준비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어떤 선택을 하든 해수면 상승의 흐름을 꺾는 것은 힘들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집단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바다의 파괴 역사를 열거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하다."인간과 바다 사이의 복잡한 관계는 바다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기온 변화와 심한 폭풍우에 대한 바다의 반응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우리이며, 지구상의 인간의 숫자이다.(18쪽)"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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