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월14일 신형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발사한 직후의 화성-12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선제타격 카드를 꺼낸 것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 채택에 대한 반발과 미국의 예방타격론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그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는 데 따른 압박감과 초조함이 강경 발언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개발에 대한 자신감 표출과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위협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잇단 군사적 위협 발언을 쏟아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또한 이달 말에 진행할 한미합동군사훈련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일 수도 있다. 문제는 미국내부에서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을 사실상 인정할 만큼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이 동북아시아 안보의 명실상부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 요소)'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IRBM급인 화성-12'형으로 괌을 선제타격하는 작전을 검토한다고 9일 밝혔다. 북한이 거론한 IRBM '화성-12'는 지난 5월 신형 액체 엔진을 사용해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화성-12'는 무수단과 ICBM의 중간 형태로 하강 속도가 마하 15에서 24 사이로 추정된다. 미사일 하강 속도는 미사일 요격을 위한 매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다. 우리 군이 구축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고도 40㎞ 이하의 하층에서 요격하기 때문에 하강 속도가 마하 7이상이면 요격이 불가능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ㆍ사드)는 마하 14까지 방어가 가능해 북한이 '화성-12'를 괌에 발사할 경우 괌에 배치된 사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의 ICBM에 핵탄두 장착기술도 사실상 인정했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탄두 ICBM이 미 서해안까지 도달하려면 사거리 연장을 위해 탄두 무게를 줄이는 소형화 기술과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등 두 가지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마지막 남은 두 가지 난제 중 소형화 과제를 이미 해결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재진입체 기술만 확보한다면 북한의 ICBM은 미국의 안보를 실전에서 위협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등장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선제타격 위협을 하자 "지금껏 전 세계에서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한 것도 북한의 ICBM 전력배치가 현실화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선제타격 발언을 연이어 쏟아낸 것은 이달말 진행될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ㆍ정권 교체)'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 군당국은 UFG연습기간에 정식 작전계획(OPLAN)을 적용하기보다 레짐 체인지를 포함한 작전계획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그동안 걸프전, 코소보전, 아프간전, 이라크전 등을 거치면서 일명 '참수작전'을 꾸준히 실행해 왔다. 우리 군에서는 쓰이지 않는 용어이지만 유사시 정예 특수전부대와 정밀유도무기를 동원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대량응징보복(KMPR)과 같은 의미로 풀이된다. 이 훈련을 위해 미군은 칼빈슨호(CVN-70)와 로널드 레이건호(CVN-76)항공모함 2척을 동시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지난 5월 말 한반도 인근 해상에 전개되어 연합훈련을 한 지 70여 일 만에 항공모함이 다시 투입되면 북한의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선제타격론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로 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의 막대한 희생은 물론 주한미군과 한국 거주 미국인 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 정부 고위 관리들도 의회를 비롯한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군사옵션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역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도의 1차 목표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정권 수호'를 위한 억제력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로 엄청난 희생이 따르는 선제타격 대응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속내는 전면전을 구상하지 않더라도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도 마땅치 않다. 유엔이 최근 미국 주도로 추가 제재안을 내놓았지만, 실제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원유 유입 금지에 실패한 것은 이번 유엔 제재안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북한은 항모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는 지난 7일 미 첩보위성에 대함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북한 초계정의 움직임을 동해에서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대함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북한 초계정이 동해에서 포착된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미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최근 움직임이 수일 내 미사일 시험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아니면 미 해군이 한반도에 더 많은 군함을 추가로 전개하는것에 대한 방어 조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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