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병 갑질 파문으로 돌아본 군대 꽃보직의 세계

테니스병·골프병·과외병 등 편법으로 간부 취미생활에 동원돼 여러차례 논란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의 '공관병 갑질 의혹'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군내 특수 보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보직의 경우 공식적인 직책도 없이 일명 테니스병, 골프병, 과외병 등 군간부의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병 폐지여론도 들끓고 있다.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사진=아시아경제DB

◆논란이 된 '공관병 갑질 의혹'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 최근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공관병과 조리병들은 냉장고만 10대가 비치된 160평의 1, 2층 공관에서 사령관 부부를 모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공관병들은 전자팔찌를 차고 다니면서 박 사령관 부부가 호출벨을 누르면 부리나케 뛰어가 시중을 들었다. 항상 대기하면서 다림질, 화장실 청소, 텃밭 가꾸기, 사령관 아들의 속옷 빨래 등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거기에 폭언 등 인격 모독의 언사는 일상이었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사진=아시아경제DB

◆복지 병사…골프병·과외병·테니스병·식물병 등공관병과 달리 '복지 병사'는 공식적인 보직이 아니다. 대부분 영관급 장교 이상의 지휘관을 모시며 지휘관 취향에 맞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지휘관 자녀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과외병부터 골프연습장이나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골프병과 테니스병, 바둑을 두는 바둑병도 있다. 또한, 목욕탕병, 이발병, 도서관병도 각각의 장소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보직들은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다.이들 비편제 직위의 병사들은 대개 부대를 지키는 경비소대에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편제나 직위와는 상관 없이 군 간부의 취미 생활을 돕거나 개인사에 동원되는 비공식 사병(私兵)으로 일종의 적폐라는 여론이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군내 특수 보직 복무 경험담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대전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근무했다는 한 병사는 "식물병은 근무지에 선임이 한 명밖에 없는 걸로 들었다. 군무원들하고 열심히 꽃과 나무를 키워놓으면 행사 때 가져가서 잠깐 쓴다"고 말했다. 또한, 계룡대에 있는 육군체력단련장 골프장에서는 골프병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내에 있는 특수 보직들CP병지휘부(Command Post)의 약자로 영관급 장교 이상 지휘관을 모시는 병사를 말한다. 커피나 차를 자주 끓이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커피포트(Coffee Pot) 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지휘관실 옆에서 근무하며 지휘관의 차량 운전을 담당하는 1호차 운전병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어떤 부대는 CP병과 1호차 운전병 두 가지 업무를 병사 한 명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TMO병 철도수송지원반(Transportation Movement Office)의 줄인 말로 TMO병이라고 불리는 이 병사들은 기차역에서 근무한다. 사회와 가깝게 생활하는 이들은 현역 군인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보직이다. 이들의 수행 임무는 병력과 화물의 철도수송, 개인 후급 지원(공무출장으로 여행하는 장병 및 군무원에 대한 열차 무료승차 지원 서비스), 철도 예매 지원 등이 있다. 평소에는 휴가 나온 장병들의 이동에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국군수송 사령부 예하 철도수송 지원대가 관리하는 TMO병은 유사시 군인들을 신속히 소집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킨다.
아파트 관리병지난 2011년 배우이자 프로 레이싱팀 'TEAM106' 감독 겸 드라이버로 활동 중인 류시원이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서 아파트 관리병으로 복무했다고 밝힌 바 있다.류시원은 군부대 내에 있는 군인 아파트를 관리했다면서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리해야 하는 직책이라고 소개하며 4명이 아파트 12동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병은 현관문 수리부터 변기 뚫기, 싱크대 고치는 일 등 사소한 일부터 물탱크 청소, 수도관 관리 등 아파트 복지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한 보직으로는 휴양소 관리병이 있다. 군종병종교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군종병은 종교시설 관리와 함께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에 각각 군종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종병은 편하게 지낸다'라는 오해가 있지만, 부대에 따라 다르며 기독교 군종병 같은 경우에는 새벽 기도를 위해 새벽 4시 반에 일어난다고 한다. 또한, 훈련 기간에는 일반 병사와 마찬가지로 전투 훈련에 참여한다.아시아경제 티잼 윤재길 기자 mufrooki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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