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시그널 높인 한은…1400兆 가계부채 잡을까

3년전과 정반대 상황…거시건전성·통화정책 '동반 강화' 정부 부동산정책 보조나선 모양새도"잠재적 부채진입 계층에 선제적 신호줘야"

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이르게 된 단초를 찾기 위해선 201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했고, 이후 줄줄이 각종 규제를 풀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활용했다. 동시에 한국은행은 같은 시기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떨어뜨리며 총 5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야 할 정부 정책과 통화정책이 고삐가 풀리면서 가계부채는 폭증했다. 정확히 3년 후인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다. 정부는 가계부채와 폭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2일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석 달 전 첫 금리인상 가능성을 논했던 한은은 신호의 세기를 높였다.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기조적 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지만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그 짐을 덜어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눈여겨 볼 것은 통화정책 조정의 '딜레마' 요소였던 가계부채에 대한 판단이다. 가계부채는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었지만 이제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더 커진 것으로 평가했다. 불과 두 달 전 까지만 해도 일부 금융통화위원들은 "긴축적 통화정책은 가계부채의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부채 상환부담에 따른 소비위축 효과가 이미 더 커져 완화적 기조의 부작용이 계속 누증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고 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늘 때는 통상 가계자금 여력이 커져 소비를 늘릴 수 있지만 부채 규모가 누적되면서 장기적으로 소비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주택가격도 저금리나 가격상승 기대감에 오른 측면이 있어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긴축기조로 돌아섰을 때 가장 큰 걱정거리로 시스템 리스크가 언급돼 왔다. 이미 미국 정책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장 금리가 올라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자상환부담이 높아져 고위험ㆍ한계가구를 중심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상환 능력이 양호한 계층에 주로 분포돼 있고 국내 금융기관의 충격 흡수력과 자본의 건전성 등의 측면이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스템리스크를 우려할 상황은 아직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정책개발실장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어떻게 나타는지 확인하고 보충적으로 가계부채 측면을 고려한 조정에 나서도 늦지 않다"면서도 "새로 부채를 받으려는 잠재적 한계차주에 대해서는 선제적 조치를 위한 시그널을 분명히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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