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양낙규 차장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몇해 전 KBS에서 '징비록'이란 드라마가 방영됐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수행하며 왜군을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서애 류성룡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였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세번째 이지스함의 함명도 바로 '서애 류성룡함'이기에 국방부 출입기자인 필자도 관심 있게 볼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류성룡은 어느 날 선조를 찾았다. 류성룡은 선조에게 공안사건인 정여립 역모사건과 관련해 "이것이 조작 사건인 줄 아시면서도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용하셨습니까"라고 강하게 따져물었다. 선조는 버럭 화를 냈다. 임금에게 방자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류성룡은 "죽음을 각오하고 진언하는 것"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선조는 결국 "누가 과인에게 이렇게 충고하겠냐"며 두터운 신임을 표시했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 류성룡의 생애가 자못 궁금했다. 그래서 류성룡의 생애를 담은 '류성룡 졸기'를 찾아봤다. 실제 드라마에서 표현된 그의 모습은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류성룡은 선조 임금에게 극진하고 겸손한 자세로 충고를 했고 임금이 받아들 일 만한 내용만 콕 집어냈다. 같은 점이 있다면 어느 누구보다 임금에게 진언을 자주해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는 점이다. 현실로 돌아와보자. 올해 대선기간 당시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서 근무한 예비역들이 줄줄이 국방분야 기관장 임명장을 받았다. 가장 먼저 임명장을 받은 송영무 국방장관은 2012년과 올해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다.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 출신인 기찬수 병무청장은 대선 때인 지난 4월 국회 정론관에서 전직 기무사 지휘관 20여명과 함께 당시 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선기간 캠프에서 문 후보와 함께 일을 했던 3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서로 자신이 국방분야 전문가임을 내세워 자기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홍보방식도 다양하다. 기관장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자가발전형', 언론사에 기고를 하고 인터뷰를 부탁하는 '언론플레이형', 인맥을 과시하는 '인맥과시형' 등 각양각색이다. 이 중에는 과거 방위산업을 벼랑끝에 몰아놓고 다시 기관장을 하겠다는 부류도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방위사업과 관련된 기관장에 어떤 참모를 선택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딱 하나만 기준을 정했으면 한다. 문 대통령 정책에 맞장구 치는 말만 쏟아내는 '예스맨' 보다 류성룡처럼 입바른 말만 하는 '충고맨'을 골랐으면 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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