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배경' 안 보겠다는 블라인드 채용 취지 다들 공감…사진사 '생계 막막'·정부 '외모차별 없애야'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정부가 도입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논란이 한창이다.정부는 지난 5일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추진 방안의 핵심은 공공기관 취업용 이력서에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증명사진)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뒷배경’을 보지 않고 실력만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취지에 공감 못할 이는 없겠으나 불똥이 애먼 곳으로 튀었다.동네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진사들이 이력서에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하면 “생계가 막막해진다”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앞에서는 골목상권을 살리겠다고 하면서 뒤로는 영세 자영업자를 죽이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블라인드 채용 정책은 ‘졸속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사진관 업주 등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프로사진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러한 목소리를 정부에 전하기 위해 지난 13일과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각각 기자회견과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육재원 한국프로사진협회 회장은 총궐기 대회에서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철회를 강력히 주장한다”며 “(이 정책이 시행되면) 증명사진으로 생업을 유지하는 사진관은 폐업하게 되고 수만명의 사진사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성철현 한국사진인쇄앨범협동조합연합회 회장도 “증명사진은 사진관 전체 매출의 70%에 달할 정도로 유력한 생계 수단이다”고 주장했다.
취업준비생들 의견은 엇갈렸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대학교 4학년 김현아(25·여)씨는 “이력서에 사진을 꼭 부착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직업도 있을 것”이라며 “완전 철회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사들의 집회에 대해 김씨는 “자기에게 필요한 걸 요구하는 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반면 서울 양천구에 사는 정윤주(27·여)씨는 “우리나라의 취업용 사진 비용이 너무 비싸다. 10만원이 넘는 경우도 봤다”며 “그동안 비싸게 사진값을 받아온 사진사들이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취업 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취준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55명(51.0%)이 ‘취업 준비를 위해 한 달에 20만원 이상을 쓴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연간 240만원 이상을 취업 준비에 쓰는 셈이다.또 취준생들은 토익 등 어학시험 응시료(52.5%), 학원비(45.8%), 자격증 시험 응시비(44.5%), 면접 참석 등 교통비(41.1%)에 이어 이력서 사진 촬영비(37.1%)를 아까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라인드 채용 법안을 발의하면서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 등 실력과 상관없는 요인으로 인한 차별은 우리 사회에 지나친 경쟁구도를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사회구성원의 획일화, 인력수급의 불균형, 개인의 심리적 박탈감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정부는 지난 13일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에 따라 332개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이어 민간 기업으로도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