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추가경정 예산안이 45일 만에 간난신고를 거친 끝에 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4당 교섭단체 체제 이후 처음 처리된 예산안 심의 과정은 다당제 정치의 어려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시켜줬다.'일자리 추경'으로 이름 붙여진 올해 첫 추경은 여야 간 극심한 정쟁을 거쳤다. 국회 본회의가 좀처럼 열리지 않는 토요일 새벽에 예결위 전체회의가 열리고, 오전에 천신만고 끝에 본회의를 가까스로 개최했다. 그 과정에서 여야가 얼마나 극한의 대치를 벌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집권 여당의 원내 사령탑은 협상의 고충을 토로하며 "을(乙)도 이런 을이 없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야는 올해 추경과 관련해 중앙직 공무원 4500명 증원 원안에서 2575명(원안의 57%)만 증원하기로 하는 식으로 합의했다. 공무원 증원 예산도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 예산이 아니라 지난해 편성했던 올해 예산 중 목적예비비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마련키로 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회에 공무원 인력운영 및 효율화 재배치 계획을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추경 심사가 ▲여야 간 합의 후 합의 파기 ▲물밑 협상과 말 바꾸기 ▲4당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 내기 등으로 인해 극심한 진통을 겪자 올해 정기국회 역시 극심한 정쟁의 한 가운데 놓일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팽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추경이 처리됐다는 것은 다당제의 틀 속에서 '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의 양당제를 형성했던 19대 국회의 경우 1당과 2당이 이념을 두고 논란을 벌이면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합의점이 마련되더라도 당내 강경파의 격렬한 반발 등으로 합의가 뒤집히는 일들도 허다했다. 하지만 다당제에서는 전략적 협상이 가능해졌다.올해 추경의 경우에도 공무원 증원을 두고 여야 간 견해차가 첨예하게 갈렸지만 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이견을 조율함에 따라 처리할 수 있었다. 협상을 주도해야 할 정부와 집권당으로서는 과거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보다는 복수의 상대방을 설득해 공통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용이해졌다. 추경에 반대했던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야당은 우리뿐"이라고 토로한 배경이다. 여당으로서는 제1야당이 반대를 하더라도 제2 또는 제3 야당을 설득할 경우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더욱이 이 같은 국회 상황은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에게도 존재감을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국민의당, 바른정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정기국회 개혁 입법과 예산안 처리의 좋은 모델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당제 구도는 '뜨거운 감자'인 부자증세 논의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의위장은 "증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대선 공약이었다"면서 "각 당의 대선 공약 등을 종합할 경우 이 정도(민주당이 추진 중인 증세)는 합의가 가능하다"면서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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