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님 휴가 안가세요? 아랫사람 어쩌라고..

'서울서 일하면 세종서 쉬는 셈, 세종서 일하면 서울서 쉬는 셈' 발언에 공무원들 한숨

이낙연 총리가 사실상 휴가를 반납하겠다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이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름휴가와 관련해 "서울에서 일을 하면 세종에서는 쉬는 셈이고, 세종에서 집무를 보면 서울에서는 휴가 중인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몇몇 매체는 이 총리가 공무원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정부 방침과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총리 발언으로 총리실 직원을 비롯한 관가에서 윗사람 눈치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전남 도지사 시절에도 여름 휴가를 가지 않거나 휴가 기간에 공무를 보고, 직원들에게 서면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반면 인사혁신처는 지난 5일 공무원이 최장 10일까지 여름휴가를 갈 수 있도록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겠다"며 공무원들의 연차 휴가 사용을 권장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이들이 총리의 한 마디에 일순 긴장하는 형국이다. 사실 공무원은 고위 관료의 여름 휴가 관련 발언에 민감하다. 본인의 휴가를 어디서 보낼 지 조차 윗사람의 입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정홍원 전 총리는 2013년 간부회의에서 "공무원은 여름휴가를 국내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괴로워하는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였다.2015년에는 황교안 전 총리를 비롯해 부처 장관 전원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당시 해외여행을 갔다오긴 했지만 상사의 눈치가 보였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대부분 여름휴가 기간에도 일반 직장인들과는 조금 다른 휴가를 보낸다. 인적 드문 섬이나 청남대 별장서 휴식을 취하는 대통령과는 달리 총리는 민생을 돌아본다는 명목으로 전국 일대를 골고루 돌아본다. 대부분 지역축제, 전통시장에 가서 특산품을 구입하거나, 관광지 일대를 산책하는 일정이다.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지난 2014년 충남도청과 서산 해미읍성, 전북혁신도시 등을 둘러봤다. 황교안 전 총리 역시 지난해 8월 사흘간의 휴가 기간동안 전남, 충남, 경북 지역 등 전국을 돌았다. 총리가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황 전 총리가 농원에서 포도를 따며 일손을 돕는 모습, 정홍원 전 총리가 피서객들에게 손인사를 하는 모습 등은 보도자료로 가공돼 각 매체로 전송됐다. 국무총리가 휴가 때에도 민생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보여주기식' 휴가인 셈이다.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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