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하반기부터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채용과정에서 학교명·가족관계 등 인적정보 제공과 사진부착이 금지된다. 정부는 민간에서도 이 같은 '블라인드 채용'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개선사항을 포함한 가이드북을 발표할 예정이다.정부는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와 면접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인적정보 제공을 금지,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도록 한 방식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332개 공공기관, 149개 지방공기업은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 가족관계, 사진부착을 포함한 신체적 조건, 학력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요구할 수 없게 된다. 면접과정에서도 응시자의 인적정보 제공이 금지된다. 다만 특수경비직 채용 시 시력과 건강한 신체를 요구한다거나, 연구직 채용 시 논문과 학위를 요구하는 등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는 예외로 한다. 또 블라인드 서류전형을 거치고 난 이후 시험과정에서 본인확인절차를 위한 사진 제출은 가능하다. 지역인재 채용의 경우 최종학교명을 적는 대신 최종학교 소재지를 적게 된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출신학교나 외모에 대한 편견으로 재능있는 사람들이 탈락돼서는 안된다"며 "공공기관은 7월 가이드라인 배포 후부터, 지방공기업은 인사담당자 교육을 거친 8월부터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항목이 삭제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중 상세한 내용을 담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내년도 공공기관 인력운영방안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지표에도 이를 반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학력·지역 차별이 감소하고, 채용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공무원 경력채용 과정도 개선된다. 공무원 공개채용의 경우 이미 2005년부터 학력란이 폐지됐으나, 일부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경력채용에서 임의로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력채용 응시부문별 표준화 방안'을 마련, 하반기부터 모든 행정기관에서 표준화된 양식을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관건은 민간기업으로 블라인드 채용 문화가 확산될 수 있느냐 여부다. 기업고유의 권한인 인사·고용문제를 정부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부는 우선 민간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해 배포하기로 했다. 가이드북에는 공고, 입사지원서, 필기, 면접 등 채용단계별로 블라인드 채용을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담긴다. 아울러 올해 400개사를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개선, 면접도구 개발 등을 지원하는 컨설팅도 시행한다. 이밖에 정부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고용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블라인드 채용 확산 추진단'도 운영할 방침이다. 이 차관은 "민간기업의 도입을 적극 지원하면서 하반기 채용관행을 조사, 발표할 것"이라며 "변화하는 채용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그간 권고 수준이었던 블라인드 채용을 시스템으로 구축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소장 역시 "이번 대책은 출신학교와 학력보다는 실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학력·학벌주의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민 한양대학교 교수 역시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학벌이나 성별, 출신지역을 따지지 않고, 해당 직무와 관련된 교육훈련,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 지원자의 실력을 중점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성실하게 스펙을 쌓아온 이들에게는 역차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현재 대한민국 현실 자체가 학교명 하나만으로 이미 재단 돼 면접기회, 능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봉쇄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문제"라며 "동등한 기회에서도 그간 노력해온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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