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명동 거리는 중국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어지면서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을 목표로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방안을 공식화 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혔고, 소비는 여전히 이렇다 할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통상마찰이 본격화 되면서 상반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증가세도 낙관하기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이 같은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판가름날 전망이다.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추경이 빨리 집행되기만 한다면 2%대 저성장에서 탈출해 다시 3%대 경제성장을 열 수 있다는 게 우리 경제팀의 전망"이라며 3%대 성장 가능성을 공식화 했다. 정부도 이달 중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추경 편성을 전제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3% 안팎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11조원 규모의 추경이 집행되면 올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2017년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9%로 올렸다. 예정처는 "민간소비는 가계소득 개선세가 미약한 가운데 평균소비성향 하락, 가계부채 등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으로 2.0%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건설투자는 비주거용건설투자의 확대로 6.5% 증가하고 설비투자는 수출회복세에 힘입어 6.7%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그러나 1분기 1.1%의 깜짝 성장률을 달성했던 분위기가 2분기 이후 식어가고 있고 하반기 경제여건도 녹록치 않다. 예정처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증가폭이 하반기 축소되면서 상고하저의 성장패턴이 전망된다"고 지적했다.대내적으로는 추경 편성여부가 가장 주목된다. 정부의 추경안은 '국가재정법 상의 추경 편성요건에 부합하느냐'와 '재정으로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가 바람직하냐'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 달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가뭄 해소, 동계올림픽 지원 등에 일부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요지부동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빨리 추경이 통과되고 예산을 집행해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며 "추경이 늦어지면 성장률 제고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살아나지 않는 소비도 관건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해 2개월째 줄어들었다. 소매판매도 0.9% 줄어 지난 1월(-2.1%)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조치와 미세먼지 극성으로 5월 황금연휴와 대선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1300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가계가 금리 상승기에 소비를 줄여가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커 소비심리가 쉽게 살아나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미 무역수지 동향(자료:산업통상자원부)
대외적으로는 한미 FTA 재협상 요구 등 통상마찰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늘었다"며 미국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장벽과 한국을 통한 중국 철강의 덤핑 수출을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목했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같은 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재협상 및 협정 개정의 과정을 시작하기 위한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과의 무역적자를 분석한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가하락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경제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신흥국 경기회복마저 지연되면 우리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미국이 금리 인상으로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의존적인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내 정치적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무역보복에 나서거나 제스처를 취하면 관세율이 오르지 않더라도 대외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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