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승객에 지인 도움 불허하고 직접 이동식 트랩 오르게 해하반신 못 쓰는 승객 팔 힘에 의지해 이동한 뒤 비행기 탑승 바닐라에어 "승객 지원 개선하겠다" 사과
(사진=NHK방송 캡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일본 저가항공사가 장애인 승객을 도와주기는 커녕 탑승용 계단을 직접 기어오르게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29일 NHK방송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ANA그룹의 저가항공사인 바닐라에어는 휠체어를 타는 기지마 히데토(44)씨가 지난 5일 항공편을 이용할 당시 별도의 탑승 지원을 하지 않아 직접 이동식 트랩(계단)을 기어오르는 방식으로 비행기에 오르게 했다. 당시 기지마씨는 지인 5명과 함께 아마미공항에서 간사이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바닐라에어를 이용했다. 바닐라에어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은 업체 직원은 기지마에게 아마미공항에는 휠체어용 탑승 브리지가 없다며 "자력으로 계단을 올라 탑승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기지마의 지인들은 휠체어를 들어올려 계단을 오르겠다고 했지만 항공사 측은 안전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또 지인들이 기지마를 부축해 올라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기지마는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에 앉은 뒤 팔을 이용해 힘겹게 한 계단씩 올라야했고 수분이 지나서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기지마는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 3일 간사이공항에서 아마미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동일한 안내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지인들의 휠체어를 들어올려 이동하는 것이 허용됐었다.
기지마 히데토씨. (사진=NHK방송 캡처)
일본 장애인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는 기지마는 고교 시절 럭비 연습을 하다 척추를 다쳐 휠체어를 타게 됐다. 기지마는 그동안 158개국을 다니며 많은 항공사들을 이용했지만 바닐라에어처럼 스스로 걸을 수 없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한 적은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시설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걸을 수 없는 사람은 탈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놀라운 차별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닐라에어 측은 28일 기지마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시설 정비와 직원 지원이 충실히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휠체어 이용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바닐라에어의 사과에도 일본 여론은 들끓고 있다. 온라인과 각종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는 "장애인도 언제 어디서나 정상인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강요한 (항공사의) 폭력"이라며 바닐라에어 측의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일본 국토교통성은 바닐라에어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가는 한편 비행기 계단 승강기 설치 등과 관련한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