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조희연 '아들 외고 보낼 땐 고교체제 잘 몰랐다'

"재지정평가 탈락하기 힘든 구조… 외고·자사고 학부모들도 만나 논의할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문호남 기자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두 자녀를 외국어고에 진학시킨 것에 대해 "대학 교수시절이던 당시에는 대학 체계 개선 운동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교 체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이런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비판을 받아야 할 부분인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조 교육감은 2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외고와 장훈고, 경문고, 세화여고 등 자율형사립고 3곳과 영훈국제중이 운영성과 재평가에서 기준점 60점을 넘겨 모두 재지정됐다고 발표하며 이 같은 심정을 밝혔다.조 교육감은 "대학 체제 개선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사고, 외고 등 고교 체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했다"며 반성했다. 다만 "현재 자녀를 외고에 보내놓고 외고를 폐지하려 한다는 비판은 제 자녀가 외고에 진학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외고에 못 보내서 억하심정으로 폐지하려 든다'는 식의 비판이 똑같이 나왔을 것"이라며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이번 재지정 평가의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이전 정부에서 기준 취소 점수를 70점에서 60점으로 하향 조정했고, 평가 영역과 평가지표를 교육부 안 대로만 적용할 수 밖에 없게 돼 있어 탈락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한편 이번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장훈고와 경문고는 다음해부터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현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스스로 내려놓기로 결정했다.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평가기준점수를 70점에서 60점으로 하향한 것이 재지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했는 데 이 사이의 점수를 받은 학교가 있는가=평가 점수는 해당 학교에게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평가의 점수 기준 자체가 후하게 책정된 측면이 있다. 특히 외고와 국제중의 경우 우수, 보통, 미흡의 3단계 평가다. 가장 낮은 점수인 '미흡'의 경우도 3점 만점 중 1점을 받는다. 60점을 못 넘기기 힘든 체계다.▲ 그런 구조인데도 이날 발표한 학교들이 2년 전 평가에서 미달한 이유는? 어떤 점을 개선했는지.=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달한 학교다. 교원의 전문성 강화의 교원연수실적 등 정량적인 부분이 많이 개선됐다. 교육청 차원에서 2년 간 진행한 컨설팅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토론과 대화 중시하면서 자사고·외고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왜 면담을 하지 않았는가=평가 과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면담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향후 학부모들과 만나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함께 할 용의는 당연히 있다. ▲ 두 아들을 모두 외고에 보냈는데, 당시에 외고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는가=당시에는 대학 체제 개선 운동에 몰두하느라 고교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비판받을 부분이라고 인정한다. 겸허히 비판 받아들이겠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 뭔가=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시행령 개정돼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고만 전기고로 남겨두는 쪽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전·후기 구분 선발이 없어진다면 남아있는 자사고에게 적극적으로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권유할 계획이다. 경문고와 장훈고는 이미 다음해부터 이 방식으로만 학생을 뽑겠다고 결정했다.▲ 특목고 중에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대한 입장은?=과고와 영재학교가 선행학습 유발하는 점 인식하고 있다. 다만 예체능학교를 포함해서 영재학교, 과고는 어느 정도 기본 설립 취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해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입시 과정에서 선행학습 유발하는 부분을 최소화하도록 전형 방법 개선하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다.▲강남 8학군 부활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단기적으로 그 지역에 사교육기관 많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 인정한다. 고교체제 개편에 그치지 않고, 대학 서열화, 일반고 교육과정 강화 등의 정책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며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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