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8개 사내벤처 지원, 이 중 9개 분사…'아이탑스오토모티브', 'PLK테크놀로지' 등이 대표적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차 문 손잡이 부위를 2회만 노크하면 카셰어링으로 예약한 차량의 문이 열린다. 현대자동차그룹 사내벤처 '튠잇(Tune It)'이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술 덕분이다. 기존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문을 열어야 했다. 통신환경이 원활치 않으면 차문이 열리는데 30초 정도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튠잇이 개발한 노크노크 도어락 덕분에 이런 불편이 사라졌다. 수소 전기차와 전기차 카셰어링 업체인 제이카는 이달부터 이 같은 IoT 기술이 적용된 아이오닉 일렉트로닉 22대를 광주에서 운영하고 있다.튠잇은 현대차그룹이 17년간 가동하고 있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결실 중 하나다. 26일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 그룹이 20년 가까이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사내벤처가 별도로 독립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서 현대차의 벤처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 현대자동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차그룹, 누적 사내벤처 38개…이 중 9개 벤처 분사현대차그룹이 지금까지 키워낸 사내 벤처 수는 38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창업에 성공해 분사한 기업은 9개. 국내 벤처기업 성공률이 1~2%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창업에 성공한 현대차 루키들은 틈새 영역을 개척해가면서 벤처 특유의 기술력을 앞세우고 있다. 아이탑스오토모티브가 대표적이다. 2007년 사내벤처로 시작해 2011년 창업한 아이탑스오토모티브는 보행자 안전시스템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보행자가 차량과 충돌 시 광섬유 센서로 감지해 자동차 앞면의 후드를 상승시켜 보행자의 머리에 가해질 충격을 완화하는 '액티브 후드 리프트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2013년부터 싼타페 등에 적용됐다.또 다른 창업 벤처인 PLK테크놀로지는 카메라 센서를 이용해 자율주행차의 근간이 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을 연구 개발한다. 2003년 독립해 2006년부터 현대기아차에 차선이탈경보(LDW)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BMW, 동풍-푸조 시트로엥 등 글로벌 기업에 ADAS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2009년 분사한 현대 씨즈올은 현대차의 승용·상용 디젤엔진을 기반으로 고성능 선박용 전자식 디젤엔진을 개발·공급한다. 2012년 창업한 오토앤은 자동차 용품(차량관리제/액세서리/튜닝) 제조와 판매, 유통,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문업체다.
지난 6월 7일 중국 상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개막한 'CES 아시아' 바이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차 중국형 싼타페에 시범적용된 ‘바이두 맵오토’와 ‘두어 OS 오토’를 체험하고 있다.
◆ 미래기술 확보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확대…사내벤처도 한 축현대차의 벤처 육성은 정몽구 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별히 챙기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벤처 특유의 도전과 혁신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역량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판단에 그룹 차원에서 벤처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현대차그룹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혁신 기술 육성을 위해서도 벤처 정신이 필요하다는데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이 2016년 3월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창한 것을 계기로 국내외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과 사내벤처 등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해 3월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예측을 바탕으로 연구 역량을 집중해 다가올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미래 이동수단 및 라이프스타일 혁신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어 다음 달인 2016년 4월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와 미래차 개발을 위한 협업을 발표했다. 이달 중국에서 열린 CES 아시아에서도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와의 협업성과를 공개하기도 했다.정 부회장은 지난 13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론칭하는 자리에서도 "친환경차와 이동성, 연결성에 집중해 연구개발을 하고 다양한 업체와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초기 사내벤처들은 주로 수입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중점을 뒀지만 최근에는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친환경차 등 미래지향적 기술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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