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뜯어보기]달고 시원하지만…'돼지바는 어딨죠'

돼지바와 토네이도의 결합, 롯데리아 '토네이도 돼지바'향수와 호기심 섞여 중타는 치는 컬래버 식품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식품업계에서 '컬래버레이션', 협업은 꽤 잘 통하는 성공공식으로 여겨진다. 야쿠르트 젤리가 히트상품 대열에 오른 뒤 온갖 젤리가 앞다퉈 출시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류의 제품들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향수,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번에 불러일으키며 대체로 '중타'는 친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이른 폭염이 찾아오면서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간단한 디저트를 즐기러 찾은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에서도 '하나에 다른 하나를 입힌' 협업 디저트가 눈에 띄었다. 이번엔 35년 전통의 '돼지바'와 소프트아이스크림류인 '토네이도'의 조합이다. 작명도 어찌나 직관적인지, '토네이도 돼지바'가 이름이다. 봄 끝물이던 지난 4월 말에 출시됐다. 이 제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토네이도, 그러니까 초코쿠키를 부숴넣어 휘휘 저은 소프트아이스크림에 딸기잼까지 함께 넣은 것이다. 그렇다, 맛없기 힘든 조합이다. 가격은 2300원. 큰 사이즈의 종이컵에 혼자 먹기엔 질릴 만큼 둘이 먹기엔 싸울 만큼의 양이 들었다. 수저에 한입 가득 떠내어 씹으면 으득으득 단단한 초코쿠키가 씹히고, 몽글몽글한 딸기잼이 상큼한 맛을 더해준다. 시원하고, 달며, 달고, 또 달다. 몇 스푼 입에 넣자니 생각이 든다. "돼지바는 어디 갔지? 돼지바의 상징인 알알이 크런키는? 베어먹을 때마다 무릎이며 가슴팍에 와르르 쏟아져 주워먹는 맛이 있던, 더러는 입주변을 추잡스럽게 만들던, 그 추억은 어디 갔지."물론 '내 추억 살려내'라며 2300원짜리 '토네이도 돼지바'의 멱살을 잡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상상컨대 분명 롯데리아 직원 누군가는 "그냥 토네이도 딸기맛이라고 하시죠" 라고 건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시감이 있다. 최근 업계가 "손 잡았다"며 홍보하는 제품들 대부분은 어딘가 뚫린 듯한 뒷맛을 가졌다. 음료ㆍ제과업체 합작품인 '죠리퐁 까페라떼'나 '바나나킥 우유', 편의점 업체가 유명 캔커피 브랜드를 빵에 활용한 '레쓰비 소보로빵' 따위의 것들이다. 신제품 연구개발(R&D)보다는 어느 정도 판매량이 보장되는 기존 제품을 변형해 선보이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편하게 마케팅하려는 꼼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어쨌든 탁월하게 맛이 좋다면 괜찮은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같은 제품을 두 번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돼지바가 생각날 때에는 돼지바를 먹는 게 답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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