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후보자 '정책적 우선순위 둘 비정규직 범위 재검토해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을 대대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첫 경제사령탑 역할을 맡게 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비정규직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비정규직이 '악'이 아니라 필요할 때도 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도 일정 부문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정책 우선순위 재검토 = 김 후보자는 5일 국회 청문회 답변서에서 비정규직의 기준에 대해 묻는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의 범위는 고용형태, 고용의 지속성, 근로제공 방식, 고용의 자발성 등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2002년 노사정이 비정규직 범위를 정한 이후 경제 사회구조가 바뀌고 고용형태도 다양화된 만큼, 정책적 우선순위를 둘 비정규직의 범위를 다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고 답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책과 비용을 묻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남용방지를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하고, 해당 업무의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출산·육아 등 휴직근로자 대체, 전문직 프리랜서 등의 경우 유연한 근로형태가 필요하고 바람직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전환 방식과 관련해서는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 등은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하는 등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각 기관이 노사협의를 바탕으로 자율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전환이 노동시장 유연성 대책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엄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글로벌 경쟁 심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진전될 근로형태의 다양화를 감안할 때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단,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안정성이 뒷받침되어야 적극적 추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확산을 위한 정부의 자세를 묻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민간부문의 책임 있는 노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예측성 있게 추진함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와 노동계·경영계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경영계 책임감 느끼고 노력해야 = 김 후보자는 경영계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력도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경영계는 비정규직 남용 관행과 차별적 처우에 대해 돌아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단순히 비용절감의 목적에서 상시적·지속적 업무까지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은 저임금·고용불안이 나타나게 한 요인"이라며 비판했다. 비정규직 증가와 관련해 기업인이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할 일인지, 또 노조에는 어떤 책임이 있는지 묻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그는 이같이 밝혔다. 다만 기업 또는 경제단체의 비법률적 책임이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부처 고위직에 의해 상시적으로 공개 언급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노조나 근로자단체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이 보다 증진될 수 있도록 양보와 배려의 인식이 필요하다"며 "특히 노사협의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입장이 균형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0)' 발언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공공부문은 모범적 사용자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전환 범위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비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을 묻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지난해 말 기준, 간접고용을 제외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3만6000명 수준"이라며 "구체적 전환 범위와 관련해서는 공공기관별 업무 특성, 근로자 처우 수준, 재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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